프로야구 출범 40년 만에 첫 야구인 총재 시대가 열리지만 기뻐할 겨를이 없다. 허구연(71) KBO 총재 내정자가 시작부터 강정호(35) 폭탄을 떠안았다. 총재 취임 전부터 강정호 복귀 불똥이 허구연 내정자에게 튀고 있다.
KBO는 25일 차기 총재 선출을 위한 총회 결과를 발표한다. 앞서 10개 구단 대표이사로 구성된 KBO 이사회가 지난 11일 허구연 내정자를 24대 총재로 추천했다. 구단주 총회에서 이사회 결과가 바뀐 적이 없어 허 내정자 선출은 확정적이다.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982년 군사정권 아래 태동한 KBO리그는 정치인, 관료, 군인 출신들이 주로 총재를 맡았다. 지금까지 14명의 총재 중 11명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였다. 나머지 3명은 기업인 출신이다.

허 내정자는 뼛속까지 야구인이다. ‘야구 명문’ 경남고-고려대를 졸업하고 실업야구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뛰며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다. 선수 은퇴 후 최고 해설가로 명성을 높였고, 감독과 코치로도 KBO리그를 누볐다. 야구 인프라 확충과 저변 확대를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야구 사랑을 실천했다.
정치권 러브콜도 마다하고 한평생 야구 외길을 걸어온 허 내정자와 야구계 전체에 경사스런 일이다. 그러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KBO리그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 특히 키움이 선수 계약까지 끝마친 ‘음주운전 3회’ 강정호 복귀 시도가 뜨거운 감자. 허 내정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이다.
키움은 지난 18일 강정호와 선수 계약을 발표하며 KBO에 임의탈퇴 해지 승인을 요청했다. KBO로부터 1년 유기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 제제를 받은 강정호의 징계도 KBO가 복귀 승인을 공시하는 순간부터 발효된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KBO는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9일 공식 취임할 허 내정자에게 공이 넘어왔다. 허 내정자는 강정호 관련 입장 발표를 취임 이후로 미뤘다. 복귀 승인 여부도 그때까지 보류될 전망.

허 내정자는 지난 2020년 6월 강정호가 거센 여론 반발에 부딪쳐 KBO 복귀를 철회할 때 개인 방송을 통해 “사건이 처음 일어났을 때부터 모든 게 매끄럽지 못했다”며 “매뉴얼에 의해 일벌백계주의로 가야 한다. 선수들이 야구만 잘해서는 안 된다. 강정호 사건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환경, 분위기,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론 반발을 생각하면 허 내정자가 강정호의 복귀를 승인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야구계 일각에서는 강정호에게 마지막 속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그렇지 야구계 온정주의는 곳곳에 남아있다. 허 내정자가 야구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참 부담스런 상황이다. 만약 허 내정자가 복귀를 승인하면 ‘제 식구 감싸기’ 비난을 면키 어렵다.

강정호 복귀 승인을 불허하거나 미룰 경우 법적 다툼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검사 출신 대표이사(위재민)와 변호사 출신 법무이사(임상수)가 포진한 키움의 법적 대응 가능성이 있다. 강정호는 이미 사법 처벌을 다 받았고, KBO 징계도 수용할 의지를 보였다. 법리적으로 복귀에 걸림돌이 없다. 법적 해석 및 판단까지 고려해야 할 허 내정자에게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