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도 아프고, 트레이드 복덩이도 이탈…김태형 감독 또 강제 시험대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3.25 09: 37

“이제 시험은 그만 보고 싶어요.”
두산 김태형 감독은 1년 전 한 인터뷰에서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FA(자유계약선수) 유출로 시험대에 너무 자주 오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당시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 등 핵심 전력 3명을 동시에 잃으며 전력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인 박건우(NC)를 붙잡지 못했다. 그래도 보상선수로 외야수와 1루수가 모두 가능한 강진성을 지명하며 공백을 어느 정도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전력 유출과 더불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다. 박건우 유출도 버거운데 부상자가 속출하며 우울한 개막전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

두산 양석환(좌)과 아리엘 미란다 / OSEN DB

일단 개막전 선발이 유력했던 작년 정규시즌 MVP 아리엘 미란다가 왼쪽 어깨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불발됐다. 김 감독은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다음 주 캐치볼하는 모습을 봐야 등판 시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개막전 선발은 로버트 스탁이 맡고, 선발이 한 칸씩 당겨지면서 박신지가 5선발로 들어간다”는 플랜B를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팀 합류가 늦었던 미란다는 첫 등판이었던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2이닝 3실점 난조로 신뢰를 주지 못했다. 당시 볼넷을 4개나 헌납하는 제구 난조를 보였고, 직구 구속이 130km 중후반에 머무르며 몸 상태에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결국 어깨에 통증으로 인해 빨라도 4월 8일 사직 롯데전은 돼야 등판이 가능한 처지가 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 / OSEN DB
타선에서는 트레이드 복덩이 양석환의 공백이 뼈아프다. 스프링캠프 중이었던 지난달 22일 왼쪽 내복사근이 손상된 그는 회복에 2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복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티배팅 훈련을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 2군 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지만 어쨌든 개막 시리즈 합류는 불발이 확정됐다.
작년 28홈런을 친 거포 1루수의 부상으로 내야에 큰 구멍이 생긴 상황. 다행히 그래도 화수분의 대명사답게 공백을 메울 후보군이 어느 정도 추려진 상태다. 베테랑 오재원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고,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안재석의 타격감이 좋은 덕분에 1루수 오재원-2루수 안재석-3루수 허경민-유격수 김재호의 내야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타선의 무게감은 떨어지겠지만 이는 현재 두산이 가동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이다.
개막시리즈 대진도 두산이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다. 잠실에서 작년 최하위 한화와의 2연전이 편성됐지만 두산은 2020년부터 한화만 만나면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2년 연속 9승 7패의 근소한 상대전적을 기록했고, 2020년 6월 14일에는 대전에서 한화 18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됐다. 김태형 감독이 또 강제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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