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방송도 못하고…" 40년 국민해설 끝, KBO 소통 시대 시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3.26 03: 33

KBO 제24대 총재로 선출된 허구연(71) 신임 총재는 한국프로야구 성장과 함께한 ‘국민 해설가’였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지난 1982년 KBO리그 출범 때부터 마이크를 잡고 현장을 지켰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감독과 코치, 미국 연수로 잠시 마이크를 놓기도 했지만 1992년부터 30년간 최고의 야구 해설가로 쉼없이 달렸다. 해박한 야구 지식과 이론을 정감 가는 사투리와 입담으로 전달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조언과 쓴소리도 아끼지 않은 진짜 야구인이었다. 
수많은 야구인들이 해설가로 중계부스를 드나들었지만 허 총재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 자리를 항상 지켰다. 정치 입문 권유도 있었으나 ‘야구인’을 자처하며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1950년부터 2016년까지 67년 동안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경기를 전담 중계했던 빈 스컬리(95)처럼 해설가로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 /OSEN DB

70세가 넘은 뒤에도 젊은 해설가들을 능가하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유튜브 개인 채널 ‘구독허구연’을 개설, 젊은 팬들과 적극 소통했다. 한미일 야구를 매일같이 챙기며 트렌트에 뒤처지지 않았고, 발품을 팔아 현장에서 정보 수집에도 열을 올렸다. 고령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냈다. 
예년처럼 해설을 준비하던 허 총재의 인생 행로는 올 봄 격변이 몰아쳤다. 정지택 전 총재가 지난달 돌연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총재 자리에 KBO 이사회가 허 총재를 후보자로 추대한 것이다. 구단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25일 총재 선출이 확정됐다. 야구인으로는 최초로 KBO 수장 자리에 올랐다. 
허 총재는 “빈 스컬리처럼 해설가로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 해설을 하며 팬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갑자기 떠나게 돼 아쉽다. (총재 임기를 끝마친 후) 해설 복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고별 방송은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여지를 남겼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 /OSEN DB
허 총재의 임기는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31일까지. 향후 연임을 한다면 더 오랫동안 KBO를 이끌 수 있다. 야구인들은 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온 허 총재가 KBO에 길이 남을 명(名)총재가 되길 바란다. 
‘해설가 허구연’은 볼 수 없지만 허 총재는 팬들과 적극 소통을 예고했다.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KBO 내 MZ위원회도 신설할 계획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의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듣겠다. 경우에 따라서 KBO 유튜브 방송에도 내가 나가 팬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렇게 소통하지 않으면 MZ 세대들이 야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규칙이나 규정 변화에 있어서도 팬들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는 방향으로 간다. 올해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위아래 존을 넓혔고,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을 추진하다 논란만 낳은 채 흐지부지됐다. 현장의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밀어붙인 사례들이다. 
허구연(왼쪽) KBO 신임 총재가 해설위원 시절 롯데 이대호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2017.06.22 /OSEN DB
허 총재는 “모든 것에서 즉흥 시행은 없다. 제도 변경에 있어 여러 가지 안을 정한 뒤 팬들의 의견을 참작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정해버리니 젊은 팬들이 야구를 싫어하는 것이다. 말로만 팬퍼스트를 할 게 아니다. 팬들을 위한 야구, KBO리그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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