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의 꿈이 이른 봄부터 무르익고 있다. 우승 최적기가 왔다.
LG는 29일 대전 한화전을 7-3으로 승리하며 시범경기를 8승3패2무로 끝마쳤다. 롯데·KIA와 함께 공동 1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순위의 상관 관계는 크지 않지만 LG의 탄탄한 전력이 확인됐다. 10개팀 중 유일한 2점대 팀 평균자책점(2.48)에 최고 OPS(.770)로 투타 균형을 자랑했다.
지난해부터 리그 최고 수준인 마운드가 매우 견고하다.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 임찬규, 이민호에 5선발 후보 임준형과 손주영이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며 류지현 감독을 흡족케 했다. 중간 정우영, 이정용, 김대유, 진해수, 마무리 고우석으로 이뤄진 불펜은 다양성과 경험을 두루 갖췄다.


지난해 약점이었던 타격도 개선 조짐을 보인다. 시범경기 깜짝 홈런왕(6개) 송찬의를 비롯해 문보경, 이재원 등 젊은 타자들이 폭풍 성장하며 주전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전 선수 한둘이 빠져도 크게 티나지 않을 ‘뎁스’가 생겼다. FA로 영입한 박해민이 외야 수비에서 존재감을 보여줬고, 1할대 타율에 허덕인 새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도 시범경기 막판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시범경기에서 LG를 상대한 팀들도 부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LG의 전력이 진짜 좋다. 확실히 우승 전력이 맞다. 최근 몇 년간 LG는 2군이 가장 강한 팀이었다. 투타에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모아 키웠고, 이제는 거의 1군 전력으로 올라온 것 같다”며 “새로 온 이호준 타격코치 효과인지 방망이도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디펜딩 챔피언’ KT의 부상 악재도 LG에는 뜻밖의 반사 이익이다. KT는 중심타자 강백호가 최근 계단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골절됐다. 재활에 3~4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전반기 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그 판도 전체를 뒤흔들 대형 변수로 가장 이득을 볼 팀이 LG다.

LG, KT와 함께 ‘3강’으로 묶이는 NC도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NC는 지난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징계 중인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가 5월에야 1군 등록이 가능해 시즌 초반 베스트 전력을 꾸릴 수 없다. LG도 허리 통증이 있는 리드오프 홍창기의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장기 부상은 아니다. 우승 경쟁팀들의 전력 약화로 LG가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선수들의 입에서도 ‘한국시리즈’라는 단어가 스스럼없이 나온다. LG 거포 유망주 이재원은 “개막 엔트리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외국인 타자 루이즈도 “내게 유일한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며 “아직 모든 팀들을 만나보진 않았지만 우리가 리그 최강이라 생각한다. 투수진이 좋고, 수비도 안정적이다. 주전 타자 몇 명이 빠져도 15점을 낼 수 있는 타격도 있다. 우승 전력이라 생각하고, 우승할 자신 있다”고 이야기했다.

류지현 LG 감독도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2월3일 선수단 전체가 캠프에 모였을 때 느낌과 지금 시범경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느낌이 다르지 않다. 선수들이 오프시즌 준비를 잘해왔다고 느꼈는데 시범경기에도 좋은 컨디션으로 계속 이어졌다”며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마무리했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