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은 어때?" 영원한 '서른아홉' 전미도, 그가 전하는 마지막 선물 [종합]
OSEN 최지연 기자
발행 2022.04.01 08: 29

‘서른,아홉' 전미도가 손예진에게는 영상편지를, 이무생에게는 약속을 남겼다. 
31일 방송된 JTBC 드라마 '서른,아홉'(연출 김상호, 극본 유영아)에서는 정찬영(전미도 분)이 차미조(손예진 분)에게는 영상편지를, 김진석(이무생 분)에게는 애틋한 약속을 남기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찬영은 췌장암 투병의 끝에 서있었다. 점점 더 자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던 것. 의사는 보호자 격인 미조에게 이별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라고 일렀고, 미조는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찬영은 병원에 있는 건 답답하다며 그사이 산책을 나왔다. 그 길에서 찬영은 미조에게 "퇴원 시켜줘, 집에 가고 싶어"라고 투정부렸고, 장주희(김주현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겠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미조는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답했다.

찬영은 기뻐하다 병원 한 편의 장례식장을 보았고, 그날 밤, 잠에 들지 못하더니 링거를 꽂은 채로 이름도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을 다시 찾았다. 뭔가에 홀린 듯 식장에 들어간 그는 "어떻게 오셨냐"는 고인의 가족들 질문에 "길을 잘못 들었다"며 얼버무렸다. 이어 상복을 입은 가족들이 울며 지나가는 걸 보고 찬영은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며칠 뒤 찬영은 미조를 만났다. 
'서른,아홉' 방송화면
찬영은 "김진석, 아직도 혼인신고 타령이야"라며 운을 뗐다. 미조는 "오빠가 걱정되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부담돼?"라 물었고, 찬영은 "내 사랑이 빛이 바래잖아"라 답했다. 그러자 미조는 "그래, 불륜녀 소리 들으면서도 지킨 사랑. 법적인 관계가 뭐가 중요해"라며 공감했고, 찬영은 이어 부고리스트를 꺼냈다. 이는 찬영이 "밥 한 번 먹자고 연락오면 나가서 밥 한 번 먹고 싶은 사람들"을 정리한 것. 찬영은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장례식을 알리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미조는 "난 네 생각 진짜 많이 해. 너 요즘 어떨까. 그래도 네 마음에 닿지도 못하는 것 같아"라며 착잡한 마음을 알렸다. 이어 "너 혼자 이 명단 작성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가늠도 안 된다"고 말하자 찬영은 "나도 네 생각 많이 해. 네 생각을 하면 든든하면서도 불안해. 든든해서 이런 부고 리스트도 떠넘기는데 괜찮을까 걱정 돼. 나 없는 너, 괜찮을까"라고 답해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미조는 찬영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내가 너를 이렇게 친애하는 줄 몰랐어"라 고백했다. "친밀하고 소중하다"라 보태자 찬영은 "좋은 말이다, 친애"라며 되뇌었다.
이후 미조는 주희와 함께 부고 리스트를 나눴다. 주희는 "이걸 왜 벌써. 나중에 그때 되면"이라고 말을 흐렸고, 미조는 "나중 말고 지금 하자"라며 부고리스트를 브런치 리스트로 바꿨다. 찬영은 진석과 함께 브런치를 먹는 줄 알았다가 미조와 주희가 꾸민 장례식임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부고리스트에 적힌 이들이 찬영을 반기고 있었다. 찬영은 눈물을 훔치며 "다들 제 상황 알고 온 것 같은데 그쵸? 제가 친구한테 여러분 명단을 줬거든요. 제가,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인사 좀 잘 전해달라고"라 설명했다.
'서른,아홉' 방송화면
이어 "친구들이 그 명단을 브런치 리스트로 만들어줬네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말은 건강검진 꼭꼭 하시라는 거. 꼭 하고 싶은 말은 충분하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저는 충분합니다. 어쩌면 남들보다 반 정도 밖에 살지 못하고 가겠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충분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나의 인생이었습니다"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미조, 주희와 진석은 그런 찬영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찬영이 말을 마친 뒤 곧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다. 미조는 '우리는 아무도 울지 않았다. 약속을 한 적은 없었지만 모두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장례식 이후 미조는 혹시라도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될까봐 불을 끄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그러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잠에서 깨버렸다. 찬영은 밤늦게나 아침, 그러니까 아무 때나 미조에게 연락해 이런 저런 부탁을 했다. 보통은 "부모님께 건강검진 해드려" "생일선물 챙겨드려" "김진석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삼겹살에 소주 먹어줘" 같은 것이었다. 미조는 그 뜬금없음도 좋을 만큼 찬영이 살아있다는 게 소중했다.
진석은 찬영과 함께 했다. 찬영의 부모는 찬영과 진석이 단둘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진석은 "면목이 없습니다"라 전했고 찬영의 엄마는 "면목이 없긴 왜 없어요. 내가 고맙지. 찬영이가 진석 씨랑 있을 때 편한 것 같아서 그래"라며 받아주었다. 찬영은 자신을 알뜰히 챙기는 진석에게 "내가 혼인신고 하지 말자고 그래서 서운해?"라 물었고, 진석은 단번에 "응, 근데 지금 같이 있으니까 봐준다"라며 이전과 달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른,아홉' 방송화면
찬영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진석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다가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귀찮아도 크리스마스 트리 꾸며줘, 내가 보러올게." 그 말에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찬영은 "봄에는 꽃을 심어. 내가 보러 올게. 내가 계절마다 보러 올게"라 약속했다. 진석은 찬영을 품에 안았다. 찬영은 그렇게 연인, 친구들, 가족들의 힘으로 의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살았다. 
그러나 이윽고 어느 봄밤, 찬영은 먼 길을 떠났다. 진석은 미조와 주희에게 전화해 이를 알렸고, 미조는 상복을 찾다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 주희 또한 제 엄마의 품에서 눈물을 쏟았다. 상복을 차려입은 찬영의 가족들은 단촐하기 그지 없었다. 미조는 '우리는 생각보다 덜 울었고, 생각보다 잘 살아갔으며 또다시 겨울이 왔다'고 회상했다. 진석은 찬영의 부탁대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혼자 꾸미고서는 "보고싶어서 어떡하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느새 찬영의 유작인 영화가 개봉을 했다. 주희는 미조에게 함께 보자고 권했지만 미조는 거절, 찬영이 생전에 부탁한 '영화 개봉 첫날에 보고 별점 남기기'를 끝내 해내지 못했다. 이유는 미안했기 때문. 미조는 "그렇게 보낸 게 미안해서 못 보겠어"라며 주희에게 고백했고, 주희는 찬영의 마지막 선물을 미조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엔 찬영이 미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긴 영상이 들어있었고, 주희는 찬영이 죽기 전 "미조가 나 없을 때 정신 못차리면 건네주라"는 부탁을 들었다. 
'서른,아홉' 방송화면
미조는 영상을 보기도 전, 함께 놓인 카드에 찬영의 글씨체로 '미조 깜놀이지? 주희가 인상깊게 전했겠지? 내가 신신당부했거든'이라 적힌 걸 보고 "찬영이 글씨!"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어 영상을 확인하는 미조 앞에 찬영은 "내 부고 리스트를 브런치 리스트로 만들어준 거 정말 고마워. 미조야, 나 네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장례식을 하게 된 거 같아"라며 "이 영상 보고 있는 그날은 어때. 마흔의 공기는 어때? 좀 다르냐? 내가 없는 마흔을 너무 슬퍼하진 마. 그냥 가끔 그리워해줘. 벌써 보고싶다. 너도 내가 보고 싶니?"라고 물었다.
미조는 "응, 보고싶어"라고 대답하며 오열했다. 찬영은 미조의 말도 듣지 못한 채 멈춰진 영상 속에 있었다. 찬영의 마지막 말은 "미조야 있잖아, 나한테 너는 아주아주 친밀하고 소중해. 그러니까 나도 너를 친애한다는 말이야"라는 고백이었다. 멈춰버린 찬영과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하는 미조의 대조가 슬픔을 극대화시켰다. 미조는 '밥 잘 먹고 잠은 가끔 못 자고  그래도 약은 안 먹고 있어. 마흔의 공기는 글쎄. 네가 없다는 거 빼고는 똑같은 거 같아'라고 생각했다.
'서른,아홉' 방송화면
며칠 뒤 미조는 술에 취해 찬영의 예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긴 통화연결음 끝에 들려온 건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찬영의 번호가 다른 이의 것이 됐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미조는 찬영이 너무 그리운 날엔 꼭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 미조는 '네가 가끔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나 그래서 술에 취한 날이면 전화를 걸어. 그럼 네가 받을 것만 같거든'이라며 '아직은 네가 없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찬영아. 우리가 몇 살쯤 되면 너의 부재에 익숙해질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아"라며 찬영을 향한 그리움을 느꼈다.
방송 말미 미조와 주희는 찬영을 찾아가 미조의 결혼식 이야기를 했다. 미조는 김선우(연우진 분)과 결혼식 날짜를 잡았고, 부케는 주희가 받기로 했으며, 주희는 6개월 안에 박현준(이태환 분)과 결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까지 털어놓았다. 그리고 '셋이었던 우리가 둘이 되어서 너를 그리워해. 찬영아, 많이 보고 싶어'라 마음속으로 말했다. 찬영은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은 얼굴로 친구들을 보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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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른,아홉' 방송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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