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대우 받는 돌버츠 (만우절 아님)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4.01 09: 09

레임덕을 걱정한 입도선매
며칠 전이다. 오피셜이 떴다. 다저스의 계약이다. 데이브 로버츠와 3년을 연장했다. 그럴 수도 있지. 구관이 명관 아닌가. 나쁠 것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내용이 놀랍다. 벌써 3번째 딜이다. 처음 3년(2016~2018)은 그렇다 치자. 다음 1년(2019)이 고비였다. 구단 옵션으로 붙은 ‘+1’이다. 이를테면 ‘하는 거 봐서’다. 그걸 통과했다. 아니, 아예 입도선매다. 4년을 추가시켰다. 그렇게 2기째(2019~2022)가 실행된다.

그리고 이번이다. 기간은 분명 1년 남았다. 그런데 일찍부터 시끄럽다. 작년 11월 초다. 로버츠 감독이 한 매체와 이렇게 인터뷰했다. “구단과 좋은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연장계약 얘기를 하자는 뜻이다. 참 대단한 멘탈이다. PS탈락 2주 남짓이었다. 무한 리필로 욕먹던 때다.
그런데 뜻밖이다. 긍정 멘트가 나온다. “당장 해결할 일이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얘기를 할 것이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유력 매체들도 우호적이다. ‘뭘 꾸물거리나. 레임덕이 걱정이다.’ (LA타임스) ‘1년 일찍 재계약해도 놀랍지 않다.’ (MLB 트레이드 루머스) ‘이미 얘기된 것 아니냐.’ (디애슬레틱스) 그리고 결국 사인했다. 개막도 훨씬 전이다.
물론 내세울 게 많다. 6년 승률이 0.622이다. 100승 이상도 3시즌이다. 월드시리즈에 3번이나 올랐다. 단축시즌이지만 우승컵도 되찾았다(2020).
그러나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매년 가을이면 심각하다. 투수 기용, 교체 타이밍을 놓고 질타의 대상이다. 2018년 WS 때다. 현직 대통령도 한 소리했다. “거기서 왜 (리치) 힐을 바꿔?” 뒤끝이 남았나? 2020년 우승 뒤 백악관 초청을 거절했다. (그 일 아니어도 가지 않았겠지만.)
하긴. 대통령 뿐이겠나. 태평양을 건너면 더 심각하다. 애칭이 돌버츠다. 그래서 의문이다. 도대체 왜. 다저스는 그렇게 잘해주나. 이게 오늘의 질문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굳이 왜 로버츠인가”
2025년까지 보장됐다. 10년 롱런이다. 과연 그렇게 유능한가. 그래서 레임덕을 걱정할 정도인가. 글쎄. 명문 다저스다. 감독 지원이라면 줄을 설텐데…. 납득, 공감. 100%는 어렵다.
그래서 얘기다.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게 유능한가?’ 대신 ‘왜 굳이 그가 필요한가?’ 그걸로 풀어보자. 팬의 입장이 아니다. 고용주의 시각으로 보자. 로버츠라는 인물을 왜 계속 써야 하나. 그런 물음이다.
과거로 가보자. 2015년 말이다. 돈 매팅리의 시간이 끝났다. 후임 인선에 들어갔다. 몇 차례 전형을 거쳤다. 최종 2명이 남았다. 파드리스 코치였던 데이브 로버츠, 그리고 (다저스) 식구였던 게이브 캐플러다.
예상은 압도적이다. 캐플러 우세다. 당시 육성 담당 책임자다. 조직 내에서도 신임이 두텁다. 프리드먼 사장과도 가깝다. 탬파베이 때부터 인연이다(선수-단장). 사실상 확정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로버츠는 들러리 정도로 인식됐다.
최종 인터뷰가 끝났다. 며칠 후. 결과가 뜻밖이다. 예상이 뒤집혔다. 로버츠의 역전승이다. 이런 저런, 뒷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무릎을 칠 만한 건 없다. 추측과 짐작만 난무한다. 그 중 하나다. 전적으로 <…구라다>의 뇌피셜이다. 믿거나 말거나.
2015년이 중요하다. 다저스 주인 바뀐 지 3년이다. 새 오너는 구겐하임 파트너스다. 전형적인 유태계 기업이다. 19세기 금광업자 구겐하임 가문의 자산 관리회사에서 시작됐다. 야구단 CEO 회장도 유태인(스탠 카스텐)이다. 영입한 사장도 마찬가지다. 앤드류 프리드먼도 그쪽이다. 그러니까 구단의 핵관들이 모두 유태계라는 말이다.
그런 와중의 감독 리크루팅이다. 게이브 캐플러? 역시 잘 알려진 유태인이다. 탬파베이 때 연봉이 유명하다. 프리드먼 (당시) 단장과 사인한 액수가 100만 18달러였다. 끝에 붙은 18달러가 유난스럽다. '18'은 히브리어 ‘chai’와 같은 음가다. 생명을 뜻하는 단어다. 그들에게는 행운의 숫자다. WBC 때 이스라엘 코치로도 자원했다.
만약 모두의 예상대로였다면. 그래서 캐플러가 감독이 됐다면. 다저스의 정체성은 확실해진다. 그 득실은 어떨까.
LA타임스 트위터
이기는 것 VS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
미국 사회의 독특한 장치가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다. 번역이 쉽지 않다. ‘우대조치’ 정도로 표현된다. 주로 정체성을 다룰 때 쓰는 말이다. 대학 입시 또는 정부기관 채용에 인종을 고려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백인 비율을 억제하는 조치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정해진 사정 기준만 적용한다 치자. 그럼 한쪽으로 편중되기 십상이다.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교육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걸 희석시키는 일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그게 어퍼머니티브 액션이다. 조직 내 일정 비율을 소수계로 채워야 한다. 다양성은 그만큼 중요한 가치라는 의미다.
로버츠는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아시아계(일본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의 혈통을 모두 가졌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큰 장점이다. 수준 높은 고용주라면 매력을 느낄 부분이다.
버드 셀릭은 23년간(1991~2015) MLB 커미셔너였다. 유태계인 그는 재임 중 특이한 안건을 이사회에 올렸다. 감독 후보 인터뷰 때 소수계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만큼 구단주들이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현직 감독 중 아프리카계는 두 명 뿐이다. 데이브 로버츠와 더스티 베이커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막강한 실력자다. 다저스는 기업이다. 투자 대상의 하나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 과정에 다양성과 투명성은 필수적이다.
그들은 2012년에 23억 달러로 야구단을 매입했다. 10년이 지났다. 다저스의 현재 가치는 40억 달러로 추산된다(포브스). 무려 74%의 수익률이다.
(## 연봉은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SB네이션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의 2021년 연봉은 650만 달러(약 79억원)다. 3년이 추가되면 총액 규모는 2000만 달러(약 24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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