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질 높은 야구’를 선언했다. “잡을 수 있는 아웃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수비가 탄탄한 야구를 하고 싶다. 작년에 그런 부분이 부족했지만 캠프를 통해 실수를 줄였다. 올 시즌에는 퀄리티 높은 야구를 하겠다”며 견고한 수비를 핵심 모토로 삼았다.
수비 포지션을 파괴한 극단 시프트는 이제 ‘파격’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할 만큼 익숙해졌다. 수베로 감독은 “1년간 쌓은 최신 데이터가 있다는 것이 작년 이맘때와 가장 다른 점이다. 작년 초반에만 해도 좌우 타자 유형에 따라 일반적인 시프트를 했다면 이제는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타자들도 파악했다. 그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좋은 시프트를 선보일 것이다”고 자신했다.
시프트의 중심이 되는 내야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유격수 하주석과 안정감 있는 2루수 정은원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3루수 노시환은 송구에서 미스가 종종 나오지만 기본 운동 능력이나 타고난 어깨가 좋아 집중력을 높이면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외야다. 시범경기에서 한화 외야 수비는 무척 불안했다. 팀 실책 10개 중 3개가 외야에서 나왔다. 기록되지 않은 실수도 많았다. 지난 28~29일 LG와의 시범경기 마지막 2연전에선 타구 판단과 콜플레이 미스를 연발하면서 아웃이 될 것이 안타로, 단타가 될 것이 장타로 둔갑해 실점으로 연결됐다.
경험 부족한 젊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데뷔 10년차 노수광과 장운호도 수비에서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의 절반을 쓰는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잠실구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구장이라 외야 수비가 어느 팀보다 중요하지, 시범경기에서 한화 외야수들의 수비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과 멀티맨 김태연이 외야 두 자리 주전으로 확정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는 뚜렷한 선수가 튀어 나오지 않았다. 노수광, 장운호, 이원석, 장지승, 임종찬이 시범경기에서 경쟁했지만 수베로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상대 투수가 아닌 김태연의 위치(지명타자 또는 내야)에 따라 기용이 바뀔 것이다. 주전들의 체력 조절을 위해서도 외야에 여러 선수가 번갈아 나올 것이다”며 “그 중에서 노수광이 가장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다. 베테랑으로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수광은 시범경기에서 25타수 7안타 타율 2할8푼 6볼넷 출루율 4할1푼9리를 기록했다.

한화는 특급 외야수가 6명이나 나온 지난 FA 시장에서 발을 빼 거센 역풍을 맞았다. 터크먼을 영입하고, 김태연을 외야로 이동했지만 두 선수 모두 적응 변수가 있어 상수로 보기 어렵다. 물음표 가득한 상황에서 수베로 감독의 질 높은 야구가 실현될 수 있을까. 한화 외야에 다시 시선이 향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