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주현상(30)이 ‘류현진표 커터’를 배워 연습 및 시범경기에서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류현진 레슨 효과’로 정규시즌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주현상은 연습 3경기, 시범 5경기 포함 총 8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에선 5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흠잡을 데 없었다. 세이브와 홀드를 1개씩 거두며 한화 불펜투수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주현상은 “비시즌에 준비를 잘했고, 몸 상태가 건강하다 보니 더 자신 있게 던졌다.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다 보니 볼넷도 안 나오고, 유리하게 승부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새로운 무기도 생겼다. 130km대 후반의 빠르고 날카롭게 꺾이는 커터를 장착했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기간 친정팀 한화에서 훈련한 ‘빅리거’ 류현진(35·토론토)의 불펜 피칭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커터에 매료된 뒤 직접 그립을 물어보며 배웠다.

주현상은 “현진이형이 거제에서 불펜 피칭할 때 뒤에서 봤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커터를 던지더라. 현진이형에게 그립을 물어보고 배웠다. 직구를 생각하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공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에 커터를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어 주현상에겐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그는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현진이형에게 물어봤다. 현진이형이 알려준 그립으로 캐치볼 때부터 연습했다. 형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아직까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시범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시즌 때도 자신 있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주현상은 원래 타자였다. 지난 2015년 입단 당시 내야수로 1군에서 103경기를 뛰었다. 강한 어깨와 빼어난 수비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타격이 약점이었다. 통산 222타수 47안타 타율 2할1푼2리. 2016년 15경기를 끝으로 군입대하며 ‘타자 주현상’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투수로 전향해 새 길을 열었다. 주현상의 강한 어깨를 눈여겨본 정민태 전 한화 투수코치가 투수를 권유했고, 한용덕 전 감독도 “투수로 가능성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포지션 전향 첫 해였던 2020년에는 투수로서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고, 지난해 1군 데뷔와 함께 주축 투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43경기에서 50⅓이닝을 던지며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평균 142km로 직구 구속이 빠른 건 아니지만 무브먼트가 좋고, 안정된 제구에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썼다. 올해는 제3구종으로 류현진표 커터를 장착해 업그레이드를 꿈꾼다.

2년 연속 개막 엔트리에 든 주현상은 “지난해 투수로 처음 1군에 들었다. 엔트리에 들지 안 들지 몰랐기 때문에 개막 엔트리 발표 순간 정말 기뻤다. 올해는 기분이 조금 다르다. 기쁨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며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기회가 돼 마무리도 하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팀이 필요로 할 때 이기는 경기에 보탬이 되고 싶다. 젊은 선수들 경험이 많이 쌓였고, 독기를 품은 만큼 팀도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