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참 선배인데 나한테 욕도 하고 그랬다니까.(껄껄)”
두산 베어스는 창단 40주년을 맞아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2022시즌 개막전에 시대별 베어스 스타들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원년우승을 이끌었던 ‘불사조’ 박철순이 1980년대, ‘미스터 OB’ 김형석이 1990년대, ‘홍포’ 홍성흔이 2000년대,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더스틴 니퍼트가 2010년대를 대표해 동반 시구를 펼치게 됐다.
시구에 앞서 4인의 베어스 레전드가 잠실구장 인터뷰실을 찾았다. 이들 모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이끈 김태형 감독과 인연이 있었다. 박철순은 은퇴 직전 포수 김태형과 배터리호흡을 맞췄고, 김형석은 김태형의 화계초-신일중-신일고 선배이며, 홍성흔, 니퍼트는 2015년 김태형 부임 이후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탰다. 홍성흔의 경우 신인 시절 선배 김태형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들은 김 감독의 현역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프로 원년 24승을 거두며 영구결번(21번)의 영예를 안은 박철순은 “말년 때 (포수로) 앉았던 분이다. 소주 한잔하면서 김태형 감독에게 은퇴하면 진짜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투수 리드도 잘했지만 포용력이 있었다. 나이 먹고 힘들어할 때 마운드에 올라와 한참 선배인 나한테 욕도 하고 그랬다. 사구 남발하고 계속 맞으면 원래 후배가 몸이 안 좋냐고 물어봐야하지만 던지기 싫으냐고 했다. 그런데 그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선수 때부터 그런 포용력, 지도력이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형석은 “김태형 감독은 초, 중, 고 후배다. 중학교 때부터 같이 봤는데 재미있는 친구였고, 프로 와서도 포수 센스가 남달랐다. 머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도 잘하고 있다. 노래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친다”고 회상했다.
김태형 리더십을 직접 경험한 홍성흔의 평가는 남달랐다. 그는 “공과 사가 분명하다. 엄격할 때는 엄격하지만 밖에서 아우르고 관리하는 거 보면 정말 잘하신다. 곰의 탈을 쓴 여우가 정답이다. 머리가 굉장히 좋으시고 상대방 심리를 잘 이용한다”며 “또 나보다 춤을 더 잘 춘다. 리듬감이 좋다. 내게 춤을 가르쳐주신 적이 있다. 나보다 끼가 많으시다”고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끝으로 니퍼트는 “말씀드리기 애매하지만 기록만 봐도 굉장한 감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여태까지 감독 생활하면서 나온 기록에서 답이 나온다. 존경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