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 번째 오래됐죠?".
LG 트윈스는 1990년대 강자였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1994년 신바람을 일으키며 또 우승했다. 1995년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계기도 야구단이었다는 설이 있다.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후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작년까지 27년째 우승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도 2002년 삼성과의 격돌을 끝으로 20년째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시절 1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할 정도로 암흑기가 있었다. 이후 강팀으로 자리를 잡으며 우승을 넘보았지만 한국시리즈 진출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작고한 구본무 초대 구단주는 야구광이었다. 선수단과 프런트를 자신의 외갓집 경남 진주 단목리에 초대해 매년 식사를 대접했다. 매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찾아 격려했다. 오키나와산 아와모리주를 사와 세 번째 우승을 하면 뚜껑을 열자고 했고, 고급시계를 선물해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기로 했다.
그러나 우승은 쉽게 찾자오지 않았고, 아와모리주와 고급시계는 작고한 구단주의 유품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우승'이라는 단어는 LG 맨들에게는 간절하면서도 아련함을 안겨준다. 선수들은 벌써 29년째 듣는 말이 되면서 무덤덤한 모양이다. 개막전에서 3타점 결승타를 때린 서건창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언론들이 우승을 말하지만 선수들은 그런 마음 안갖는다. 많이 듣던 이야기라 익숙한 것 같다"며 웃었다.
류지현 감독은 다르다. 1994년 신인으로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다. 작고한 구단주의 소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가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자신감도 내비쳤다. "우리보다 전력이 좋은 팀 많다. 다른 팀들도 전력이 좋아졌다"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전력과 선수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다. 경쟁력 있는 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은근히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우승한지가) 롯데가 가장 오래됐고, 우리가 두 번째이다. 그래서 팬들과 주변의 기대가 있다.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해 기본 전력을 갖췄다고 보고 우승후보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희망과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고 강력한 우승의지를 내비쳤다. 롯데는 1992년 우승이 마지막이다.
LG는 지난 2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9-0으로 대승을 거두고 힘찬 출발을 했다. 아담 플럿코가 6이닝 무실점의 심상치 않는 호투를 펼치며 마운드 왕국을 예고했고, 타선도 활발하게 터졌다. KIA 에이스 양현종 공략에 성공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이었다. 29년만의 우승을 향해 힘찬 첫 출발을 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