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순간이다. 기록을 의식 안할 수 있나.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SSG 김원형 감독은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날(2일) 경기 9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윌머 폰트의 교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전날 개막전 선발 등판한 폰트는 9이닝 104구 9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그러나 타선의 득점 지원이 9이닝 동안 없었고 10회가 되어서야 4점을 뽑아냈다. 폰트는 퍼펙트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고 승리 투수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KBO리그 40년 역사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대기록을 앞두고 폰트를 교체한 SSG 벤치의 결정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았다.
김 감독은 “상대 투수(루친스키)의 컨디션도 좋아서 7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했다. 그런 투수전 경기가 다른 정규시즌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쏟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원래 폰트는 투구수 90~95개 정도를 예상했고 최대 105개 까지만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9회에 마운드에 올리는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전까지는 워낙 집중을 하고 있어서 옆으로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9회 끝나고 나서 폰트한테 다가가서 ‘여기까지만 던지자’고 했고 본인도 수긍을 했다”라면서 “상대 투수도 집중력 있게 던지고 있어서 본인도 그 전과 다르게 집중을 했다. 많이 힘들어 하던 상태였고 9회가 한계였다. 폰트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상황에 대해서 폰트와 같은 얘기를 나눴다고. 김원형 감독은 “당연히 의지는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대화를 해보니까 머릿속은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9회 몸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몸은 올라가면 안되는 상태라고 말을 하는데 머릿속은 아니었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김원형 감독 역시 투수 출신이고 다시는 이런 기회를 잡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시즌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령탑의 입장으로서 폰트의 교체를 더욱 고심 끝에 결정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투수진의 부상으로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김 감독의 생각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기록을 의식 안할 수가 있나. 그래도 사령탑으로서 냉정하게 판단했다”라면서 “사실 지난해 (투수진) 부상 선수가 많았다. 이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 분들께는 죄송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첫 경기였다. 4~5경기 정도 치르고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하면 또 모른다. 지난해 최대 투구수가 120개였다”라면서 “첫 경기였고 기록 때문에 계획했던 것보다 공을 더 던졌다. 초반부터 무리하게 운영을 해서 2~3번째 등판 때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