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적 부검 소견] 칼날 같은 정밀함…트윈스의 병살플레이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4.04 11: 28

[OSEN=백종인 객원기자] 개막 이틀째인 지난 4월 3일. 치킨향 가득한 광주 KIA챔피언스 필드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가 뜨겁게 붙었다.
전반전은 일진일퇴. 4회까지 1점씩 주고받는다. 스코어 3-2. 원정팀이 한 걸음 앞선다. 그리고 후반전은 서로 피가 마른다. 지키려는 자, 그리고 뒤집으려는 자.
8회 말. 홈 팀이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베이스를 꽉 채웠다. 3루쪽 응원석이 끓기 시작한다. 가장 타격감이 좋다는 박찬호의 차례다. 앞선 타석에 안타도 하나 있다.
트윈스의 학익진이다. 2루수와 유격수는 중간 깊이다, 그리고 베이스 쪽으로 다가선다. 여차하면 2루→1루로 연결되는 더블 플레이도 염두에 둔 포진이다. 3루수도 베이스 라인 앞쪽에 선다. 한 점도 안 주겠다는 결의다.
눈 여겨 볼 것은 1루수다. 잔디 위까지 올라왔다. 혹시 모를 번트에 대한 압박이다. 또 하나는 역시 홈 승부를 고려한 위치 선택이다. 어차피 우타자다. 오른쪽 타구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하다는 가정이다. 그럼 조금이라도 앞에서 잡아야 한다. 이런 설계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우영의 초구는 의도적인 몸쪽이다. 150㎞짜리가 안쪽으로 꺾인다. 위력적인 투심이다. 타자도 공격적이다. 용감하게 배트를 낸다. 하지만 타이밍이 나쁘다. 완전히 먹혔다. 힘없는 1루쪽 땅볼이다.
유효타는 틀렸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병살이 되느냐, 마느냐. 가장 빠른 타자 아닌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사의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다.
①1루수(문보경)의 홈 배송이 중요하다. 가까우니까, 포스 아웃이니까, 당연하다고? 천만에. 0.1초를 다투는 순간이다. 아웃만 시키면 되는 게 아니다. 가슴 높이로,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패스해야 한다. 그래야 (포수의) 다음 플레이가 원활하다.
②포수(유강남)은 완벽한 택배를 받았다. 덕분에 푸트워크가 쉽다. 한 스텝 안쪽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1루로 쏜다. 달리는 타자와 1루 사이에 그만큼 여유 공간을 얻을 수 있다.
③공간이 생겼다고 해결된 건 아니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유강남의 송구는 움직이는 표적을 향한다. 1루로 뒷걸음질 치는 문보경의 왼손(글러브)을 향해서다. 그것도 아슬아슬했다. 중간에 방해물이 있다. 달리는 주자다. 그 바로 옆으로 쏴줘야한다. 그래야만 태그할 시간이 생긴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헛손질이 되기 십상이다. 실전을 보시라. 비디오 판독이 한참 걸릴 만큼 어려운 터치가 이뤄졌다.
결국 3단계 모두 치밀하고 완벽했다. 예기에 의한 병살(倂殺)이다. 8회 말이 지워졌고, 1점차는 요지부동이다. 이날 승부의 치명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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