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은 두산에서 NC로 바뀌었지만 느림의 미학을 함께 일궈낸 끈끈함은 그대로였다. '125억 사나이' 양의지(NC)가 유희관 은퇴식 영상에 깜짝 등장해 옛 동료의 제2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유희관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 끝난 뒤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 1월 전격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3개월만에 홈팬들 앞에 서서 지난 13년간의 프로 생활을 되돌아봤다.
유희관은 현역 시절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투수였다. 장충고-중앙대를 나와 2009년 2차 6라운드 42순위로 베어스에 입단한 그는 ‘느린 공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딛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그리고 지난해 두산 좌완투수로는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웠는데 이는 KBO 역대 32번째, 좌완 7번째 기록이었다.

은퇴식의 첫 순서는 선수단 대표의 꽃다발 전달이었다. 한화 주장 하주석, 두산 주장 김재환, 그리고 김태형 감독이 은퇴를 기념하는 꽃다발을 건넸고, 곧이어 두산 김태룡 단장이 100승 달성 기념 KBO 트로피, 전풍 사장이 100승 달성 기념 구단 트로피 및 은퇴 기념 액자를 각각 전달했다. 이후 유희관의 부모님이 직접 고생한 아들에게 꽃다발을 주며 진한 포옹을 나눴다.

다음으로 은퇴 기념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송출됐다. 신인 유희관의 “두산하면 떠오르는 좌완투수가 되고 싶다”는 패기 있는 인터뷰를 시작으로 그 동안 베어스에서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고, 오재원, 김재호, 김재환, 박세혁 등 옛 동료들이 유희관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영상 편지를 보냈다.
유희관을 울컥하게 만든 순간은 바로 이 때였다. 과거 느림의 미학을 함께 이뤄낸 포수 양의지가 영상에 등장해 유희관의 눈시울을 적신 것이다. 양의지는 “희관이 형 나야”라고 운을 떼며 “해설자로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항상 옆에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동생이 될게. 아무튼 많이 고생했고 응원할게 파이팅”이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를 보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양의지는 지난달 28~2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 최종 2연전에서 해당 영상을 촬영했다. 두산 홍보팀이 처음 양의지의 영상 편지를 제안했고, NC 구단과 양의지 모두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감동의 은퇴 기념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연예인 케이윌, 딘딘, 마동석, 송가인, 김성주, 유재석, 조세호 등이 출연해 유희관의 마지막 순간을 빛냈다.
유희관은 “저는 이제 떠나지만 앞으로도 저희 두산 베어스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며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다. 앞으로 펼쳐질 유희관 제2의 인생도 응원 많이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라고 끝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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