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공이 아니었다. 희망을 던졌다. SSG 랜더스 노경은(38)의 개막시리즈 눈부신 역투는 방출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노경은은 지난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볼넷 5탙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 역투를 펼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노경은의 선발승은 롯데 소속이던 지난 2021년 6월29일 고척 키움전(5⅔이닝 3실점) 이후 278일 만이다. 퀄리티 스타트 기준으로 따지면 역시 롯데 소속이던 2021년 4월 20일 사직 두산전(6이닝 3실점) 이후 349일 만이다.

지난해 롯데와 2년 11억 원 계약이 끝난 뒤 롯데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해지를 하면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노경은이다. 2022년 만 38세에 접어드는 투수. 직전 시즌 14경기(11선발) 3승5패 평균자책점 7.35의 성적에 그친 투수다. 몸 관리는 철저한 선수지만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비시즌에도 몸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현역 생활 연장의 의지를 다졌고 방출 소식 이후 SSG의 연락을 받고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몸 상태를 증명한 노경은은 어렵지 않게 SSG와 계약에 도달했다.
SSG 입장에서는 선발 자원으로 노경은을 데려왔다. 풀타임 선발 투수라기 보다는 일단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종훈, 문승원이 돌아올 때까지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만에 하나 선발진이 붕괴될 경우 완화제 역할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캠프부터 노경은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140km대 중반대의 공을 과감하게 뿌리며 20대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구위를 펼쳤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갈고 닦은 팔색조 변화구까지.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결국 개막시리즈에 등판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개막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25개를 던진 포심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커터(19개), 포크볼(11개), 투심(8개), 커브(8개), 체인지업(3개), 슬라이더(2개) 등 이날 던진 구종만 7개였다.
방출 선수라기엔 너무 완벽했다. 경기 후 노경은은 “오늘 경기 들어가기 전에 결과는 생각안하고 5이닝 2실점, 6이닝 3실점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피칭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것 같다”라며 “복잡하게 생각하기 보다 타자들에게 정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히팅포인트에서 약간씩의 변화를 주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노경은의 최고 전성기는 약 10년 전이다. 그때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그는 “예전 2012년 처럼 그때의 좋았던 시즌의 감각과 몸상태를 유지하고 최대한 되찾기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그때의 리듬을 알아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공을 놓기 싫었다. 롯데에서도 노경은을 놓아줄 때 몸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노경은은 다시금 도전하기를 바랐다. 롯데도 이를 존중했다. 그는 “아직 아픈 곳이 없었다. 몸 상태를 잘 준비하다보니 목표한 구속까지 나오게 돼서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갔다”라고 설명했다.
노경은의 목표는 10승, 규정이닝 등 선발 투수로서의 목표가 아니다. SSG의 핵심 선발진이 돌아올 때까지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다른 베테랑 방출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것이다.
노경은은 “6월에 문승원과 박종훈이 돌아올때까지 선발진에서 내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싶다”라면서 “또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통해 나처럼 나이든 선수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