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개막 2연승을 거두며 기분좋게 2022시즌을 출발했다. 탄탄한 마운드, 빈틈없는 내외야 수비, 타선의 집중력 등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한 것이 좋은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올해 2년차가 되는 류지현 감독의 달라진 용병술도 주목된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해 LG 프랜차이즈 출신으로는 처음 사령탑에 올랐다. 정규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아쉽게 3위로 마쳤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류 감독은 계약 연장을 위해서도, 27년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는 LG를 위해서도 책임감이 막중하다. 류 감독은 개막전부터 달라진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 마무리 투수, 개막전부터 8회 등판

개막전, 선발 플럿코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4-0으로 앞선 7회 등판한 김대유가 1아웃을 잡고서는 좌타자 나성범과 최형우를 각각 안타, 사구로 출루시켰다. 1사 1,2루에서 우완 정우영이 등판, 몸에 맞는 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병살타로 위기를 삭제했다.
8회 2사 2루에서 좌타자 소크라테스 상대로 좌완 최성훈을 올렸다. 그러나 3루 도루 허용과 볼넷 출루. 2사 1,3루 위기가 되자 마무리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류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 고우석의 8회 등판을 선호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자제시켰다. 고우석은 지난해 63경기에 등판했는데, 8회 등판은 딱 1차례 지난해 10월 29일 롯데전이었다. 시즌 143번째 경기였다.
그런데 올해 류 감독은 개막전부터 고우석을 8회 등판시켰다. 불펜에 이정용, 함덕주 등 다른 자원들이 남아 있었음에도, 4점 차 리드에서 추격의 불씨를 주기 않기 위해 이미 몸을 풀고 있던 마무리를 조기에 투입시킨 것이다.

# 상대 좌완 선발, 우타자 라인업 제외
지난해 류 감독은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 타자 기용을 번갈아 기용하는 편이었다. 좌완 선발에는 우타자, 우완 선발에는 좌타자를 주로 내세웠다.
3일 KIA 좌완 선발 놀린 상대로 개막전에 출장했던 우타자 송찬의와 이재원을 뺐다. 개막전에서 시범경기 홈런왕 송찬의는 3타수 무안타 1타점, 이재원은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교체됐다.
송찬의와 이재원이 빠지는 대신 전날 대타로 나와 3타점 2루타를 때린 김민성(지명타자), 좌타자 문보경(1루수)이 라인업에 새로 들어왔다. 좌완 선발 상대로 좌타자 문보경 기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타격감이 좋은 타자를 기용하고, 개막전에서 타격감이 안 좋은 우타자(이재원, 송찬의)는 제외했다. 류 감독은 “개막전 부담이 컸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리듬을 잃을 것 같아 한 번 쉬어 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4회 2아웃, 선발 퀵후크
3일 KIA전, 이민호는 3-1로 앞선 4회 1사 후 2루타-단타를 허용해 한 점을 내줬다. 신인 김도영을 2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소크라테스. 그러자 LG 벤치에서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고, 이를 본 이민호는 약간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투수 교체였다. 이민호는 3-2로 앞선 4회말 2사 2루에서 강판됐다.
76구를 던진 시점이었다. 4회 들어와 한 점을 실점해 추격 당했고, 2사 2루에서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될 상황이었다. 첫 등판이라 투구 수는 80구 정도, 이민호는 앞서 소크라테스에게 솔로 홈런 한 방을 맞아서 굳이 또 승부를 시키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선발 투수에게는 아쉽겠지만, 교체 타이밍으로 나쁘지 않았다. 진해수는 소크라테스를 3구삼진 처리했다.
시범경기를 치르며 류 감독은 엔트리 운영이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을 특정 역할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방안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류 감독은 “뒤에 준비하는 선수들도 충분히 선발 라인업으로 나올 수 있는 선수들이다. (상대팀, 상대투수) 상황에 따라 라인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좋은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 많다. 다행스러운 건 현재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력 있는 팀은 된다고 본다. 물론 다른 팀들 전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우승이 절실한 LG가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에 적절한 대답이었다.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 시행착오도 겪고 경험도 쌓았다. 류 감독은 "작년보다는 낫다. 1년 경험을 했다. 어려운 시즌을 보내면서 단기전도 경험했다”도 2번째 시즌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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