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은 안으로 굽지 않았다.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유희관(36)이 친정 두산을 올 시즌 5강 후보에서 제외하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1월 은퇴한 유희관은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다. 현역 시절 느림의 미학과 함께 유쾌한 입담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은퇴 발표와 함께 메이저 스포츠 방송사의 러브콜을 받았고, 고심 끝 KBSN스포츠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미 시범경기에서 “시속 150km를 던지는 기분은 어떨까요”, “서건창이 내 은퇴를 가장 아쉬워할 것 같다” 등 재치 있는 언변으로 성공적인 해설 데뷔를 치른 터.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만난 유희관은 “말을 잘 하는 것과 해설은 다르다.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팬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고, 투타 기술과 관련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행인 건 서울 출신이라서 목소리는 듣기 좋다는 평을 들었다. 만약에 사투리를 썼으면 좀 그랬을 텐데 그건 좋게 봐주신다. 향후 전문성만 키우려고 한다”고 해설위원의 삶을 전했다.

유희관은 현역 시절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투수였다. 장충고-중앙대를 나와 2009년 2차 6라운드 42순위로 베어스에 입단한 그는 ‘느린 공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딛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아울러 두산 좌완투수로는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우며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통산 승수는 101승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친정을 올 시즌 5강 후보에서 과감히 제외했다.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KT를 예상한 가운데 LG, NC, 삼성, SSG를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을 5개의 팀으로 선정했다.
유희관은 “개인적으로 두산을 5강 후보에서 뺐다. 왜냐면 이제 난 해설위원이기 때문이다”라며 “선수 때는 몰랐는데 막상 순위를 예상하려고 하니 많이 힘들었다. 두산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주력 선수들이 계속 뺘져서 올해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유희관의 말대로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연례행사처럼 핵심 FA(자유계약선수)들이 줄줄이 이적이 아닌 잔류를 택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국가대표 외야수 박건우가 6년 총액 100억원에 NC로 둥지를 옮긴 터.
그러나 두산은 늘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화수분야구, 트레이드, 보상선수, 방출선수 등을 앞세워 KBO리그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이번 시범경기 역시 1승밖에 거두지 못하는 부진 속 올해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개막 2연전에서 예상보다 탄탄한 전력을 뽐내며 2연승을 거뒀다.
베어스 101승 레전드의 시선도 같았다. 유희관은 “한편으로 가장 기대되는 팀이 두산”이라며 “두산은 계속해서 주력 선수가 빠져 나가는 힘든 상황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갔다. 두산만의 보이지 않는 팀 분위기, DNA가 있기에 올해도 내심 기대가 된다. 두산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고, 또 그랬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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