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마무리 투수의 부재로 임시라고 볼 수 있지만 마무리 투수로 데뷔하는 공식경기였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쓴맛을 봐야 했다.
최준용은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시리즈 2차전에서 2이닝 동안 32구를 던지며 투혼을 벌였지만 팀의 3-4 패배를 막지 못한 채 패전 투수가 됐다.
8회말 1사 후 올라와 연장 10회말 1사까지 아웃카운트 6개를 내리 잡아냈다. 롯데 벤치에서는 마무리의 멀티이닝 승부수를 던졌다. 이튿날인 4일이 휴식일이라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최준용의 투혼과 구위와는 별개의 결과가 나왔다. 10회말 1사 후 야시엘 푸이그를 높은 뜬공을 유도했다. 내야를 벗어나지 않는 타구였다. 메이저리그 132홈런 타자도 최준용의 구위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 듯 했다.
그러나 2루수 방면으로 뜬 타구를 아무도 잡지 못했다. 2루수 안치홍은 타구를 잃었고 우익수 피터스가 뒤늦게 쫓아갔지만 바운드가 됐고 푸이그는 2루에 안착했다. 불운의 2루타 이후 최준용은 마음을 추스릴 틈도 없었다. 후속 전병우에게 끝내기 2루타를 얻어 맞았다. 최준용은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고 나선 첫 번째 등판에서 고개를 떨궜다. 최준용에게 책임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등판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았다.
사실 최준용은 지난해 한 차례 세이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해 8월 29일 사직 두산전에서 김원중이 등판 불가였던 상황이었고 최준용이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은 바 있다. 당시에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었던 상황.
올해 최준용은 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선발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무리 김원중이 스프링캠프 직전부터 늑골 미세골절 부상에 시달렸고, 개막 직전 재활 등판에서는 우측 허벅지 내전근 손상 소견을 받았다. 개막전 합류가 물건너 갔다.
결국 최준용은 김원중까지 빠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불펜으로 돌아와야 했고 임시 마무리까지 맡았다. 그런데 마무리 투수 첫 경기부터 고난과 마주했다.
현재 팀 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짧지만 선발 준비를 하면서 멀티 이닝 소화와 경기 운영 능력까지 경험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러나 아직 마무리 투수로서 없었던 실패의 경험을 얻었다. 최준용으로서는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김원중의 복귀 시점이 아직 특정되지 않은 상황. 당장 최준용이 더 마무리 보직을 책임져야 한다. 이제는 마무리 투수로서 마주해야 하는 역경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