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과거 선수단 차원의 세리머니를 정해놓지 않았던 팀이다. 개개인의 세리머니만 했을 뿐 선수단 전체가 하나된 동작으로 하는 세리머니는 드물었다.
지난 시즌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장 전준우가 선수단 대상으로 세리머니 공모전을 펼쳤고, 투수 김유영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9’에서 래퍼 스윙스가 했던 이두근을 강조하는 동작으로 ‘우린 정말 강하고 우릴 이길 수 없다’라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제안했고 채택됐다. 지난 시즌 내내 타자들이 안타를 치거나 출루할 경우 알통을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올해 롯데는 다시 한 번 구단 차원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취지였다면, 올해는 최고참 선배의 은퇴를 앞두고 ‘리스펙’ 하기 위한 취지의 세리머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홈런을 치면 했던 ‘손가락 세리머니’를 선수단 전체가 함께하기로 한 것. 현재 롯데 타자들은 1루에 출루하게 되면 손가락으로 인중을 스친 뒤 덕아웃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세리머니의 최초 제안자는 투수 나균안이었다. 지난 2018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더비 배팅볼 투수로 나서 이대호의 우승을 도왔던 나균안의 아이디어에서 세리머니가 시작됐다. 나균안은 “(이)대호 선배님이 오래전부터 홈런을 치고나면 하던 세레머니이다. 모두가 존경하는 선배이고 마지막 시즌인만큼 우리 선수들도 선배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다들 잘 받아주셨다”라고 세리머니를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대호 역시 후배들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에 뭉클해졌다. 이대호는 “후배들이 그렇게 마음을 써 줘서 뭉클하고 고맙다”라면서 “덕분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마지막 시즌인 만큼 동료들과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이대호는 KBO 차원의 은퇴 투어도 계획되어 있다. 롯데 선수단도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생각하면서 의기투합하고 있다. 아직 이대호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과연 이대호는 후배들의 존경을 등에 업고 마지막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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