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척돔에서 열린 LG-키움전. 키움 이용규는 스트라이크존 판정 항의로 퇴장 당했다. 시즌 1호 퇴장이다.
키움이 4-8로 뒤진 9회말 1사 1루. 이용규는 LG 투수 함덕주와 승부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함덕주의 138km 직구는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하이 패스트볼. 윤상원 구심은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을 선언했고, 이용규는 삼진 판정에 몸을 웅크렸다 일으키며 아쉬운 몸짓을 했다. 입모양은 살짝 탄성도 내뱉었다.
타석에서 심판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잠시 서 있던 이용규는 배트를 타석에 내려놓고 덕아웃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윤상원 구심은 이용규를 향해 퇴장 명령을 내렸다.


삼진 판정 후 이용규는 윤상원 구심과 어떤 대화를 하지도 않았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퇴장을 당했을까.
허운 심판위원장은 5일 밤 이용규의 퇴장에 대해 “선수 본인은 공이 약간 높다는 몸짓을 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또 타석에 배트를 놓고 들어갔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라며 “(윤상원) 주심이 이용규에게 배트를 갖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용규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그냥 들어가버렸다. 주심은 판정 불만과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판단해서 퇴장 조치를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용규가 욕설을 하거나 판정을 두고 불만의 소리를 내뱉은 것은 아니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선수가 판정 불만을 행동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수가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으니, 퇴장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경기 영상을 다시 보고 확인했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맞다”고 설명했다.

KBO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규정대로 적용해 판정하겠다고 선언했다. KBO는 야구 규칙상 스트라이크존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상하 폭은 체감상 훨씬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존 좌우 경계선에 걸친 공도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예정이다. 스트라이크존의 정상화”라고 밝혔다.
임의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심판들이 인색하고 좁게 판정했던 스트라이크존을 규정대로 엄격하게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범경기부터 달라진 존으로 판정을 했고, 10개 구단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심판의 존에 따라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고 항의를 하면 퇴장 명령을 내린다고도 공지했다.

공교롭게 이용규는 심판 판정과 악연이 많다. 2020시즌 초반, 이용규는 경기 후 TV 방송사와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면서 심판의 볼판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이용규는 “3경기 밖에 안 치렀는데 선수들 대부분이 볼 판정의 일관성에 불만이 많다. 우리는 안타를 못치면 호텔에 들어가 새벽 3시까지 스윙을 한다. (볼 판정에) 선수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심판분들이 노력하는 것도 알지만 선수들 마음도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후 KBO는 이용규가 인터뷰한 경기(한화-SK)의 해당 심판위원 전원(5명)을 퓨처스리그로 강등시켰다. 일정 기간 퓨처스리그에 있다가 복귀했다.
또 이용규는 2018년 4월 13일 대전 삼성-한화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일도 있다. 삼진 판정에 타석에서 펄쩍펄쩍 뛰며 구심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용규는 타석에서 심판과 몇 마디를 나눴고 결국 퇴장을 당했다. 경기 후 심판진은 이용규의 퇴장 사유로 “욕설”이라고 밝혔고, 한화 구단은 이용규가 삼진을 당한 후 펄쩍 뛰면서 순간적으로 혼잣말 같은 욕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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