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도 놀란 호투였다. SSG 신예 오원석(21)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KK' 김광현(34) 앞에서 ‘포스트 김광현’의 탄생을 알렸다.
오원석은 지난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오원석은 “시즌 첫 등판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작년에 비해 공도 많이 좋아졌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타자와의 승부도 잘 됐다”고 흡족해했다.

이날 가장 고마운 동료는 1회 결승 스리런를 친 주장 한유섬이었다. 오원석은 “유섬 선배님이 초반에 기선을 제압해주셔서 심리적으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점수가 난 덕분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며 “선배님이 중요할 때 좋은 수비도 해주셨다.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SSG 김원형 감독은 오원석의 올 시즌 기대 요인으로 평균 구속 상승을 꼽은 터. 실제로 지난해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대에 머물렀던 오원석은 이날 최고 구속 147km를 마크했고, 최저 구속도 140km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직구가 위력을 갖춘 덕분에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작년에 비해 한층 돋보였다.
비결을 묻자 오원석은 “겨울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롱토스를 열심히 한 결과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오원석이 인생투를 펼친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지난해보다 상하 폭이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덕분이었다. 오원석은 “바뀐 존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며 “조금 빠져도 스트라이크콜이 나오고, 계속 그런 공을 잡아주시니까 경기할 때 편하다. 작년보다 확실히 넓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오원석은 이날 데뷔 처음으로 롤모델 김광현이 보는 앞에서 투구를 펼쳤다. 2020 SK(SSG 전신) 1차 지명된 오원석은 김광현이 2020~2021시즌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며 그 동안 우상과 함께하지 못했다.
오원석은 “김광현 선배님이 복귀했을 때 같이 야구를 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며 “본받을 점이 많은 선배님이다. 투구, 마음가짐, 파이팅 등 모든 걸 본받고 싶다”고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선배님이 ‘나이스피칭’이라고 칭찬해주셨다. 6회 올라갈 때는 마지막 타자라고 생각하고 한 타자, 한 타자를 상대하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김광현에게 얻은 조언도 공개했다.
김광현과 투구폼이 비슷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따라한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글러브가 위쪽에 있으면 습관을 간파 당하고 특히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그립이 보인다. 그래서 밑으로 내렸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원석은 올 시즌 박종훈, 문승원이 부상에서 돌아올 때까지 계속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날과 같은 투구라면 그들이 돌아와도 충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오원석은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것도 잘 될 것이다”라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