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흔든 간절함…돌아온 천재 유격수, 놀이터는 다시 경쟁터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07 07: 03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흔들어 놓았다. 온 몸을 간절함으로 무장한 것이 보였다. 돌아온 해외파 천재 유격수, 이학주(32)가 이적 후 첫 선발 출장에서 유격수 경쟁은 더 후끈 달아오를 것이라는 점을 모두에게 알렸다.
이학주는 지난 6일 창원 NC전에서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지난 1월 투수 최하늘,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에 보내고 데려온 이학주다. 워크에식에서 지적을 받으며 전력 외 취급을 받았지만 유격수가 필요했던 롯데가 필요했던 자원이었다. 재능 자체는 특출났기 때문에 그 재능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게 문제였다.
차근차근 이학주가 다시 야구에 집중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롯데는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서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따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고 선수들도 편한 환경을 조성했다. 모두의 바람대로 이학주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가 3회초 1사 기습번트를 대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하고 있다. 2022.04.06 / foto0307@osen.co.kr

그러나 자체 시뮬레이션 경기 도중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이학주의 그라운드 데뷔는 늦어졌다. 그 사이 방출 재취업 유격수 박승욱이 등장해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학주가 전혀 그립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펼치며 주전 유격수 경쟁을 선도했다.
하지만 이학주도 처음 잡은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리드오프로 나서서 공을 끝까지 지켜봤고 상대를 흔들기 위해 그라운드를 노려봤다.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기습번트는 다시 잡은 기회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확인한 결과였다. 투수와 1루수 사이 공간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투수 송명기가 잡았지만 1루수도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베이스를 비워두고 뛰어나왔던 상황. 이학주는 1루로 전력질주 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당황한 송명기는 1루에 악송구를 범했고, 이 틈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향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단숨에 상대를 흔들어 놓았고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까지 했다.
이후 5회 1사 1루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1사 1,2루로 이었다. 멀티 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며 이학주가 빛을 보지 못했다. 이날 팀도 역시 0-5로 완패를 당하며 이학주가 누볐던 간절함이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가 5회초 1사 1,2루 안치홍의 3루 땅볼때 병살 당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2.04.06 / foto0307@osen.co.kr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이학주의 이적 후 첫 선발 출장 경기를 응원했다. 돌아온 해외파 천재 유격수에게 그라운드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학주가 마음껏 뛰어놀자 놀이터는 경쟁터로 다시 바뀌었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초반 경기들을 통해서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앞서나가던 박승욱 역시 다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서튼 감독 입장에서는 박승욱과 이학주가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건강한 경쟁은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의 최고치를 끌어올린다고 생각한다”라며 “선발로 어떤 선수가 나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길게 봐야 한다”라며 “수비를 잘하는 센터라인 내야수가 2명이 있으면 감독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된다. 좋은 옵션이 되고 있다”라며 두 선수의 본궤도 진입을 반기고 있다.
이학주가 돌아왔다. 유격수 경쟁, 이제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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