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베테랑타자 나지완(38)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나지완은 작년 낙제 성적을 냈다. 56경기, 1할8푼6리, 무홈런, 5타점. 데뷔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당연히 주전도 아니었다. 옆구리 부상과 악화가 이어진 것이 이유였다. 두 번째 FA 자격조건을 충족했으나 신청하지 않았다. 연봉도 4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감수했다. 프로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만큼의 처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입단 14년을 보냈으니 백의종군하는 심정이었다. 원클럽맨으로 KIA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였다. 2022년이 시작되자 나지완의 입지가 좁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김종국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팀 운영기조가 유망주 거포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FA 나성범을 영입했지만 최형우, 나지완의 뒤를 잇는 젊은 거포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지완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그 때문인지 데뷔 이후 처음으로 겪는 일이 생겼다. 2월 스프링캠프 1군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1군 캠프에서 빠진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고종욱, 이우성에 김석환까지 가세하면서 좌익수 경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그래도 묵묵하게 어린 후배들과 함께 퓨처스 캠프에서 한 달 넘게 보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1군에 올라 후배들과 경쟁을 했다. 그러나 비주전이었다. 출전이 뜸했다. 자리가 보장된 중심타자라면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시범경기에서 21타석을 소화했다. 타율 3할과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명함을 내밀만한 성적이었다.
개막전 엔트리 28명에 진입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벤치에서 대타로 대기했다. LG와의 개막 2차전 8회 1사1,2루에서 대타로 나섰으나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고 바로 고종욱으로 재교체됐다.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씁쓸했다. 지난 5일 광주 한화전이 끝난 뒤 2군행 통보를 받았다. 6일 등록하는 선발투수 이의리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막 3경기만에 한 타석도 들어가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처음 겪는 일이 많아지면서 221홈런을 때린 베테랑 타자의 마음이 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김종국 감독은 "28명 엔트리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없다. 내려가서 준비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리스크, 부상 등이 생겨야 부르는 기약 없는 2군행이다. 그래도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를 준비하며 기다리겠지만 37세 노장에게는 잔인한 봄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