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년 동안 내야진에 딕슨 마차도(현 시카고 컵스)라는 특급 수비를 펼치는 유격수를 보유하고 경기를 치렀다. 우완 투수가 많고 땅볼 유도를 펼치는 투수진을 보유한 팀의 특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유격수 자리에 수비 특화형 선수를 포진시켰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마차도는 2년 간 타격에서 타율 2할7푼9리 266안타 17홈런 125타점 OPS .749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격에서는 존재감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글러브 핸들링, 포구, 송구, 풋워크 등 다’방면에서 메이저리그급’ 수비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타격이 특출나지 않았음에도 2시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이 6.42(스포츠투아이 기준)였다는 것은 그만큼 마차도가 수비로 기여하는 정도가 컸다는 의미다. 투수진 역시 마차도의 존재를 편안하게 생각했고 3-유간의 구에 상당한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롯데는 마차도와 이별을 택했다. 마차도가 버티는 2년 동안 투수진은 뜬공 유도형으로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직구장 담장을 높이고 외야를 넓히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외야의 책임져야 하는 구역이 넓어졌기에 외야 수비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중요해졌다. 롯데는 중견수가 가능한 DJ 피터스(27)를 영입했다. KBO 공식 프로필상 2m2cm의 109kg 거구지만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수비 범위를 과시하는 유형이었다. 그렇다고 타구 판단이나 첫 발 스타트, 포구 등의 능력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기대는 모았지만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하더라도 “펑고만 받아봐서는 모른다. 실제 경기를 해봐야 안다”라면서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기대대로 피터스는 자신의 운동능력을 외야 필드 위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창원 NC전, 2-0으로 앞서던 7회말 2사 1,2루에서 박대온의 큼지막한 타구를 걷어내는 수비를 펼쳤다. 피터스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였다. 외야수들이 상당히 힘들어 하는 타구다. 그러나 피터스는 곧장 뒤로 스타트를 끊었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쫓아간 뒤 점프해서 타구를 걷어냈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다이빙을 했지만 말 그대로 ‘슈퍼 캐치’였고 동점을 막아낸 ‘게임 세이브 캐치’였다.
현재까지 피터스는 수비에서 이상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3일 고척 키움전 연장 10회말, 끝내기의 빌미가 된 푸이그의 2루타 타구는 2루수 안치홍이 낙구지점을 포착하지 못했고 피터스도 외야 깊숙한 곳에서 뛰어오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여러모로 외야수 버전의 마차도가 롯데로 온 듯한 느낌이다. 외야에 담장 하나가 더 자리잡은 듯한 느낌일 터. 이날 경기를 해설한 ‘MBC스포츠플러스’의 김선우 해설위원은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캐치다. 대단한 캐치”라면서 “본인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끝까지, 뒤로 돌아서 뛰는 순간에도 공을 끝까지 쫓아가서 글러브를 던졌다. 믿을 수 없는 캐치였다”라고 계속 감탄했다.
타격에서는 지난 5일, 첫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타율 2할3푼5리(17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선구안 문제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6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볼넷 역시 5개나 얻어내며 4할3푼5리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컨택보다는 파워에 초점을 맞춘 선수인데 일단 공을 잘 골라내다 보면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오게 될 터.
마차도의 수비가 주는 임팩트는 강렬했다. 실제로 롯데의 실점을 무수히 막아냈다. ‘외야의 마차도’ 피터스가 NC전에 보여준 수비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이제 피터스는 과연 롯데의 실점을 몇점이나 막아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