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성장통인가?
지난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한화의 1회초가 끝나고 KIA 1회말 공격이 시작됐다. 1번타자 박찬호부터 시작이었다. 그런데 전광판에는 대타 류지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박찬호는 4할1푼7리, 팀내 타율 1위였다. 워낙 타격 컨디션이 좋아 전날 경기부터 9번에서 1번으로 승격했고, 2타점짜리 결승 2루타까지 터트렸다.
이날도 당당히 선발라인업의 첫 칸에 이름을 넣었다. 1회초 수비에서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터라 부상이 아닌가했다. 돌아온 답은 "부상이 교체 이유는 아니다"였다. 두 개의 실책과 맞물린 교체였다. 특히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박찬호의 2실책에서 헌납했다. 다분히 문책성이었다.

1회초 1사후 김태연의 타구가 약간 튀어오르며 포구에 실패했다. 두 번째가 문제였다. 이어진 2사 1,2루에서 하주석의 타구를 몸을 날려 좌익수 앞까지 굴러가는 것을 막았다. 2루주자가 3루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훌륭한 수비였다. 만루위기가 됐지만 아웃카운트 1개를 잡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을 수도 있었다.
여기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가 나왔다. 볼을 잡고 일어나면서 3루에 힘껏 송구했다. 주자의 3루 오버런을 노린 송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루수 김도영이 미쳐 준비되지도 않았고, 베이스에 있지도 않았다. 악송구가 됐고, 한 점을 그냥 내주었다.
첫 번째 실책은 바운드가 약간 튀어올라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많은 땅볼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내야수들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이다. 두 번째 실책은 의미가 다르다. 무모한 플레이를 한 것이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지만 내야를 관장하는 주전 유격수가 과욕을 부린 것이다.
박찬호의 수비는 화려하게 보인다. 포구와 송구 동작이 민첩하고 멋지다. 센스와 재치도 있다. 자신의 수비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비는 모험이 아니다. 실패하면 승리가 넘어간다. 유격수는 최대한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2루수와 유격수 출신 김종국 감독은 그런 '모험 수비'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호 대신 나선 류지혁은 7회 승리의 발판을 놓는 안타를 포함해 볼넷과 2안타를 터트리며 톱타자 몫을 제대로 했다. 팀은 6-2를 승리, 3연승을 달렸다. 박찬호는 벤치에서 경기가 끝날때까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성숙한 정상급 유격수로 가는 또 한번의 성장통을 겪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