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한화는 지난해 9~10위 팀이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탈꼴찌 다툼을 벌인 두 팀의 겨울은 상반됐다. KIA가 투수 양현종의 복귀와 함께 강타자 나성범을 영입하며 FA 시장 큰손으로 나섰다. 모두가 NC 잔류를 예상했던 나성범에게 6년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공격적으로 투자해 데려왔다. 반면 한화는 포수 최재훈 잔류에 성공했지만 기대했던 외부 영입이 없었다.
그 차이가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5~7일 광주에서 열린 3연전을 KIA가 스윕했다. 3경기 모두 중반까지 대등한 싸움을 했지만 승부처에서 KIA의 집중력이 빛났다. 그 중심에 FA 이적생 나성범이 있었다.
6일 경기에서 나성범은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5회 2사 2루에서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3-1로 앞선 6회 1사 1,3루에선 좌중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승기를 KIA 쪽으로 가져왔다.

7일 경기에서도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중월 1타점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수비에서도 7회 임종찬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건져내며 공수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개막 5경기를 치른 초반이지만 나성범은 19타수 8안타 타율 4할2푼1리 4타점 OPS 1.132로 활약 중이다. 베테랑 최형우와 김선빈의 타격 페이스가 저조하고, 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신인 김도영·김석환이 적응기를 보내는 와중에 나성범이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덕분에 개막 2연패 후 3연승 반등.

KIA의 나성범 영입 효과를 한화는 그저 바라만 봤다. 지난겨울 역대급 FA 시장에는 한화가 가장 필요로 하는 외야수가 6명 쏟아졌다. 그런데 단 한 명도 잡지 않고 시장을 철수했다. 내부 육성, 리빌딩 기조의 연속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돌연 이기는 야구를 선언하며 준비했다.
단순 목표라고 해도 너무 허황된 구호였다는 게 개막 5경기 만에 드러나고 있다. 다른 팀들은 FA 영입에 돈을 쓰고, 방출 선수를 주워 어떻게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버둥쳤는데 10위 꼴찌 팀이 가만히 손놓고 있었으니 격차가 벌어지는 게 당연하다. 투자는 안 하고 결과만 바라는 건 요행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한화는 새로운 변화와 생동감이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성장해 시즌 후 FA 1~2명 오면 다음 해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겨울부터 스텝이 꼬였고, 우려대로 뚜렷한 전력 한계 속에 패배가 쌓이고 있다. 개막 5연패 포함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패도 '11'로 불어났다. 나성범 영입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간 KIA를 보면서 한화 팬들의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