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을 안했던 선수다. 선발 경험 자체가 많이 없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날 선발 투수로 예정된 로버트 스탁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다. 15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뿌리지만 커리어 대부분이 불펜 투수로만 뛰었기에 선발 투수로 안착이 스탁의 한국무대 연착륙의 최대 관건이었다.
그렇기에 김태형 감독은 스탁이 긴 이닝을 던지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일단 5일 휴식 로테이션부터 소화하는 것부터가 우선이었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이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하곤 했지만 스탁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김 감독은 “투구수가 많아지면 지칠 것”이라면서 스탁이 조금씩 투구수를 늘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 2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는 5이닝 97구 6피안타 4볼넷 8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승리 투수가 됐지만 투구수가 불어나면서 안정감은 비교적 떨어졌다.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는 과연 이 지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스탁에게는 숙제였다.
그러나 이날 스탁은 사령탑마저 의문을 품었던 이닝 소화력을 증명해냈다. 7⅔이닝 113구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역투로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2승 째를 수확했다.
비록 롯데 타자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스탁은 자신있게 강속구를 뿌리며 8회 2사 까지 버텼다. 최대 위기는 경기 초반에 있었다. 2회 1사 1,2루, 3회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조세진, 안치홍을 각각 병살타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4회 실점을 하긴 했지만 외야진의 실책 때문이었다. 스탁은 이날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물음표를 말끔히 해소시키는 역투를 펼쳤다.
최고 157km까지 나온 패스트볼(62개)은 주로 스트라이크 존 위쪽으로 꽂혔고 이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슬라이더(39개) 위주의 피칭은 절묘했다. 체인지업(11개)과 포크볼(1개)도 적절하게 구사했다.
삼진은 적었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스탁의 구위가 좋았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이었다. 스탁은 이렇게 스스로 의문부호를 지웠다.
경기 후 스탁은 "많은 스트라이크를 넣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돌입했다. 패스트볼을 높은 코스에 활용하면서 뜬공을 많이 잡는게 오늘 나의 전략이었다"라며 "오늘 성공적인 등판이었다. 보완해야 할 점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8회 등판에 대해서는 "1회부터 끝나고 코칭스태프가 계속 본인의 상태를 체크했다. 7회 끝나고 몸 상태가 문제 없다고 판단해서 8회에도 올라간다고 했다"라고 설명하면서 "2009년 대학교 때 이후 이렇게 오래 던지고 많이 던진 적은 없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약 13년 만에 커리어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스탁은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시라큐스 소속이던 지난해 6월 28일(이하 한국시간) 버팔로전에서 6이닝 2실점, 7월 14일 로체스터전에서 6이닝 1실점을 소화한 것이 개인 최다 이닝이었다.
향후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슬라이더 구속을 빠르게 하고 싶다. 제구를 정교하게 하고 싶다. 패스트볼이 장점이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