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흙투성이, 64억 FA는 절박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4.09 06: 26

NC 다이노스의 손아섭이 무안타 늪에서 빠져나왔다. 팀의 추가 득점 물꼬를 여는 뇌관이 됐다.
손아섭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1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손아섭의 개막 후 5경기에서 20타석 연속 무안타로 마음고생 중이었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 전 손아섭에 대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수고한다' 그 정도만 얘기했다. 커리어 있는 선수라 믿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손아섭을 비롯해 선수들이 쫓기는 것 같다며 2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자신의 존을 설정해 자기가 원하는 공을 타격하기를 바랐다.  

8일 LG전에서 유니폼이 흙범벅이 된 NC 손아섭. /NC 다이노스 제공

손아섭은 1회 첫 타석에서 힘없는 내야 뜬공을 때렸다. 그런데 유격수 오지환이 높이 뜬 타구의 낙구 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놓쳤다. 유격수 실책. 손아섭은 1사 후에 2루 도루를 성공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득점 찬스를 만들었으나 후속 3~4번이 범타로 물러나 득점은 실패했다.
손아섭은 1회말 우익수 수비에서 서건창의 잘 맞은 타구에 잠깐 앞으로 나오다가 뒤로 달려가면서 마지막에 점프 캐치로 잡아냈다. 타구 판단 실수로 자칫 만세를 부를 뻔 했지만 침착하게 처리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1루 베이스 안쪽을 빠져 나가는 안타를 때렸다. 1루수가 베이스에서 떨어져 약간 2루쪽으로 서 있었다. 손아섭은 쏜살같이 2루까지 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세이프, 시즌 첫 안타를 2루타로 만들었다. 22타석 만에 터진 값진 안타였다. (LG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세이프가 그대로 유지됐다)
NC 손아섭이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무사 2루에서 NC는 번트 작전을 펼쳤는데, 번트 타구는 투수 앞으로 굴러갔고 전진 수비를 한 1루수가 재빨리 잡아서 3루로 던졌다. 손아섭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를 터치했으나 1루수의 정확한 송구에 태그 아웃됐다. 손아섭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아웃. LG의 100% 번트 수비가 좋았다. NC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아웃 그대로 유지됐다.
손아섭은 아웃됐으나 1사 1루에서 박건우의 좌선상 2루타로 1루 주자가 득점했다. 이어 마티니의 우전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났다. 무안타 사슬을 끊은 손아섭의 2루타가 NC의 추가점 시발점이 됐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 후 "손아섭의 첫 안타가 나오고, 베이스 러닝 2개가 승리에 큰 영향을 가져왔다"고 칭찬했다.
손아섭은 6회 2사 후 좌완 함덕주 공을 때려 슬라이딩한 2루수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튕기는 안타 타구를 때려냈다. 손아섭은 또다시 2루까지 달렸고, 이번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두 번째 2루타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 손아섭은 "(2루타가 모두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그런 부분에서 되는 날인 거 같았다. 이상하게 오늘 다리가 잘 나가더라. 다리가 무거운 날도 있고 가벼운 날도 있는데, 오늘은 치고 1루로 뛰는데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적으로 주루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지 않나. 아웃됐으면 무리한 플레이가 됐을 것이다. 오늘은 내 다리를 믿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경기 내내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네 차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유니폼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흙투성이 유니폼, 그만큼 (무안타 마음고생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뛴 것인지를 물었다.
손아섭은 "특별하게 더 간절한 것은 아니었고, 야구를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이전 팀에 있을 때도 유니폼이 제일 더러운 선수 중 한 명으로 스스로 기억한다. 그런 모습을 NC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출루가 안 되다 보니, 나만의 야생마 같은 플레이를 못 보여 줘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앞으로 손아섭의 유니폼이 흙범벅으로 많이 될수록 NC의 순위도 위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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