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명불허전이었다. 3할 유격수 가능성도 보인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26)가 수비실책을 기가 막히는 명품 수비로 되갚았다. 단 하룻만에 이루어진 청산이었다.
박찬호는 지난 7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경기에서 1회초 수비에서 2개의 실챌을 했다. 땅볼 타구를 놓쳤고, 다음은 땅볼 타구를 어렵게 잡고 무리하게 3루에 던지다 악송구가 되어 실점했다.

첫 번째 타구의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두 번째 타구는 무모한 송구였다. 화가 잔뜩 난 김종국 감독은 1번타자로 기용했으나 1회말 첫 타석에서 류지혁으로 교체해버렸다.
문책성 교체였다. 4할 톱타자를 바로 교체한 것은 수비를 안정적으로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대신 나선 류지혁이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하며 승리를 했다.
더그아웃에서 자숙의 시간을 보낸 박찬호는 인천으로 이동해 8일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는 9번타자 겸 유격수로 다시 나섰다. 타격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는 대단한 수비를 보였다.
0-0이던 5회말 선두타자 김성현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가히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마운드의 양현종도 박수를 쳐줄 정도였다
8회말 1사 2루 SSG 최정의 빗맞은 타구를 박찬호가 뛰어가 역모션으로 잡아냈다. 자신은 안타를 때리지 못했지만 안타 2개를 삭제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이날 박찬호의 얼굴은 대단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수비에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명품 내야수 출신인 김종국 감독도 수비력을 인정한다. 김도영과 경쟁을 시켰지만 유격수는 박찬호의 자리로 인정했다. 그러나 개막 5경기만에 3개의 실책이 나왔으니 자신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타격은 작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힘도 기술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제 공격력을 갖춘 3할 유격수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적당할 듯 싶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