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천재 유격수가 사직구장 입성 신고를 마쳤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32)가 멀티 히트와 호수비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사직 홈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학주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팀간 2차전 경기에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으로 내야를 지켰고 호수비를 펼쳤다.
올 시즌 초, 삼성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학주의 이적 후 3번째 선발 출장 경기. 스프링캠프 막판 시뮬레이션 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쳤고 뒤늦게 1군 로스터에 합류했다. 전날(8일) 경기에서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며 사직 팬들 앞에서 첫 인사를 했지만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팀도 1-6으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학주는 1회 타석부터 배트를 맹렬하게 휘둘렀다. 1회말 무사 1루 첫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방면으로 날카롭게 향하는 타구를 보냈고 무사 1,3루 기회를 창출했다. 타구가 워낙 빨라서 발 빠른 이학주도 2루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4회초 수비에서는 선발 박세웅을 돕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의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걷어냈고 강한 어깨로 아웃을 시켰다. 바운드 자체가 어렵게 형성됐지만 이학주는 반사적인 글러브 핸들링으로 타구를 걷어냈다. 과거 천재 유격수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수비력이었다.
이후 타석에서도 이학주는 신바람을 냈다. 5-4로 추격을 당하던 6회말 2사 후 우선상 2루타를 때려내면서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타가 불발됐다.
8회말 1사 1,2루 기회에서도 이학주는 침착하게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연결시켰다. 하지만 공이 포수 뒤로 빠졌을 때 2루 대주자 장두성이 홈까지 쇄도하다가 아웃됐다. 볼넷 이후 3루 주자 장두성에게 멈춤 신호를 보냈지만 장두성의 스피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학주는 온몸으로 아쉬움을 표현했고 롯데는 추가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이학주는 3출루 경기를 완성하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완수했고 사직 홈 팬들 앞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경기 후 이학주는 "경기 끝날 때까지 2안타 친 것도 몰랐고 3출루 한 것도 몰랐다. 사실 경기 전에 배팅 감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일찍 나와서 타격코치님 하고 배팅을 했던 게 타이밍에서 좋았던 것 같다. 아직 이르지만 한 경기이고 지금 타이밍으로 꾸준히 가져가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직 자이언츠 팬들 앞에서 경기를 많이 안해봐서 긴장을 갖고 있다. 일부러 긴장감을 갖고 하고싶다. 많은 선발 출장을 못 해봐서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라며 "팬 분들이 환호도 해주시고 야구장 많이 찾아와주신 덕에 승리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시절에도 응원가로 유명했던 이학주는 롯데로 이적한 뒤 새로운 응원가를 받았다. 새로운 응원가를 들은 이학주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삼성 응원 단장님도 잘 만들어주셨는데 롯데 응원 단장님도 응원가를 잘 만들어주셨다"라며 "이제 경기에 최대한 집중을 하면 될 것 같다"라고 웃으며 앞으로 활약을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