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한화에 모처럼 ‘복덩이’가 들어왔다.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32)이 개막과 함께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며 한화에 폭풍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터크먼은 개막 7경기에서 27타수 13안타 타율 4할8푼1리 1홈런 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8경기 연속 안타로 2안타 이상 멀티히트만 5경기. 2루타 3개, 볼넷 2개를 더해 출루율 5할에 장타율 .704로 OPS 1.204에 달한다. 폭넓은 외야 수비와 공격적인 주루까지,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다.
보통 새 외국인 투수보다 타자가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보지 못한 낯선 투수들과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꼭 필요하다. 그런데 터크먼은 이러한 과정을 빠르게 뛰어넘어 리그에 연착륙했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새로운 투수들을 만나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하고 노력한 게 도움이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석에서 심플하게 생각하는 것이다”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타자는 스트라이크존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고, 들어오지 않는 공은 안 건드리면 된다. 간단하게 접근할수록 좋은 감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터크먼의 타석에서 접근법을 높이 평가한다. 수베로 감독은 “외국인 타자는 새 리그 적응력이 가장 중요한데 터크먼은 타석에서의 접근법이 뛰어나다. 어떤 리그와 스트라이크존에서도 적응이 가능한 유형의 선수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도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스윙을 하면서 싸울 줄 아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터크먼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로 성적이 우수하다.
실력도 좋지만 팀 전체를 끓어오르게 하는 에너지도 터크먼을 빛나게 한다. 9일 대전 KT전에서 7회 2사 후 중전 안타로 나간 터크먼은 후속 노시환의 우전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KT 우익수 헨리 라모스의 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홈까지 파고들어 쐐기 득점을 올렸다. 홈으로 성큼성큼 뛰어와 몸을 흔들면서 포효하는 터크먼의 흥겨운 모습에 대전 홈팬들이 열광했다.

열정이 끓어오른 터크먼은 “경기장 분위기가 워낙 뜨거워서 나도 모르게 그런 감정 표현이 나왔다”며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한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1군에서 매일 많은 압박을 받으며 긴장감의 연속일 텐데 그럴수록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면 야구의 즐거움을 깨닫고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다.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 좋은 기분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승부욕이 남다른 터크먼에게 개막 6연패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7경기 만에 한국에서 첫 승리를 경험한 그는 “나는 지는 게 정말 싫다”며 “6연패를 하는 동안에도 조금만 고치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에게 야구를 즐기면서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자고 격려해줬다. 동료들과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력과 근성을 갖춘 터크먼은 팬서비스까지 특급이다. 이날 8회 수비를 앞두고 공수교대 시간에 우측 외야 관중석에 야구 복장을 하고 글러브를 손에 낀 어린이 팬들과 담장을 두고 캐치볼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너무 짧거나 길게 안 던지려고 조심했다”며 웃어보인 터크먼은 “자주는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종종 이렇게 캐치볼을 한다.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다. (코로나로) 지난 몇 년간 팬들이 야구장을 자주 찾지 못했다. 다시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함께 호흡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