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했으면 어쩔 뻔…기립 박수에 감격한 외인 에이스 "나는 행복합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0 10: 25

한화의 2022시즌 첫 승을 이끈 투수는 닉 킹험(31)이었다. 지난 9일 대전 KT전에서 킹험은 6⅔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6연패 포함 지난해부터 이어진 12연패를 끝냈다. 7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킹험을 향해 대전 홈 관중들은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킹험도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경기 후 킹험은 “드디어 승리해서 행복하다. 팀이 연패 중이었지만 부담은 전혀 없었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수비와 득점 지원이 없으면 이길 수 없는 게 야구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승리는 팀 전체가 만든 것이다”며 기립 박수를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영광스럽고 감사했다. 팬들의 응원과 환호를 받을 때마다 언제나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킹험을 가장 칭찬하고 싶다.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투구를 해줬다. 나무랄 데 없이 깔끔했다”고 치켜세웠다. 
킹험은 한화가 가장 믿고 낼 수 있는 선발투수다. 지난해 25경기에서 144이닝을 던지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19 탈삼진 131개를 기록했다. 10승 이상 거둔 역대 한화 외국인 투수들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퀄리티 있는 투구를 했다. 올해도 재계약에 성공한 킹험은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안았지만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화 닉 킹험이 대전 홈 관중들의 기립 박수에 모자 벗어 화답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지금은 이렇게 믿음직한 킹험이지만 지난해 시즌 중 방출 위기에 몰린 때도 있었다. 지난해 5월19일 대전 롯데전을 마친 뒤 오른쪽 광배근 통증을 느껴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가질 때였다. 라이언 카펜터, 김민우 외에 선발 자원이 극히 부족했던 한화에 킹험의 부상 공백은 치명타였다. 
이 당시 킹험의 부상에 대처하는 한화 구단의 모습은 지난달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2021시즌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에도 비중 있게 담겨졌다. 킹험 교체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구단 수뇌부의 고민이 드러났다. 
6회말 수비를 마친 한화 킹험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2.04.03 /jpnews@osen.co.kr
무엇보다 킹험은 커리어 내내 ‘인저리 프론’이었다. 한화에 앞서 지난 2020년 SK(현 SSG)와 계약했지만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2경기 만에 방출 당했다. ‘아프지 않으면 무조건 성공할 투수’라는 평가 속에 한화는 킹험의 재활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영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리스크가 큰 계약이었고, 우려대로 부상이 발생했으니 구단으로선 교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수차례 논의를 거쳐 교체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추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팔꿈치나 어깨 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공백기를 참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한화 닉 킹험 /OSEN DB
킹험이 정상적인 선발로 기능을 하기 전까지 마운드가 붕괴된 한화는 10연패를 당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참고 인내한 보람 있었다. 건강하게 돌아온 킹험이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했고,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그 힘든 구간을 참지 못했다면 대전 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킹험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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