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구-19구-17구, 도대체 ‘용규놀이’의 비결은 무엇일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4.10 06: 25

 외국인 선수들도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키움 이용규가 파울 커트 신공인 ‘용규놀이’를 또한번 선보였다.
이용규는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수’ 기록 보유자다. 2010년 8월 29일 넥센 박준수(현 박승민 KT 코치)를 상대로 한 타석 20구를 기록한 바 있다. 또 2015년 8월 22일 양현종(KIA)과 승부에서는 17개(역대 공동 3위)의 공을 던지게 했다.
9일 대구 키움-삼성전. 이용규는 8회 자신이 보유한 신기록을 깰 뻔 했다. 19구,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용규놀이’에 희생자는 삼성 우완 투수 이승현이었다. 8회 1사 후 이용규를 상대했다.

9일 삼성전, 8회초 1사 키움 이용규가 19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고 있다. 2022.04.09 /rumi@osen.co.kr

4구째 볼카운트는 1볼 2스트라이크가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용규-이승현의 승부가 19구까지 갈 줄은 누구도 몰랐다. 5~7구는 모두 파울 타구가 됐다. 8구 커브가 손가락에 빠져 포수 머리 위로 한참 높은 볼. 9구 포크볼은 높은 코스로 떨어져 이용규는 배트를 내밀다가 멈췄다. 3루심은 노 스윙이라고 판정.
위기를 넘긴 이용규는 풀카운트에서 더욱 집중했다. 마운드의 이승현도 손끝 제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오로지 한가운데 직구 승부였다. 이용규는 이승현의 직구를 계속해서 파울로 걷어냈다. 3루쪽으로 타구는 연거푸 날아갔다. 스트라이크존으로 직구를 던져 넣는 이승현도 대단했고, 그 공을 모두 파울로 만든 이용규는 더 대단했다.
진기한 광경이 이어지자 삼성과 키움의 외국인 타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좌익수 자리에 있던 삼성 피렐라는 헛웃음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키움 덕아웃의 푸이그는 놀란 눈으로 파울 타구를 일일이 카운트했다.
19구째 이승현의 144km 직구가 한가운데 낮게 들어왔다. 이용규는 배트를 내밀지 않았고, 볼넷으로 1루로 걸어나갔다. 타자도 투수도 모두 지친 기색이었다. 8회 등판한 이승현은 앞서 2타자 상대로 8구를 던졌고, 이용규에게 19구를 던지고 나서는 곧바로 교체됐다.
지난해 이용규는 ‘용규놀이' 질문을 받자 "일부러 파울을 치는 것이 아니다. 단 한 번도 파울을 치려고 맘 먹고 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파울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타이밍이 불리할 때 상황에 따라 대처하다보니 파울이 나온다. 컨디션이 좋으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내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파울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투수가 던진 공을 어떻게든 맞히는 컨택률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90%가 넘는다. 악바리 정신으로 집중력도 좋은 선수. 여기에 이용규 자신의 설명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대로 정타를 맞히지 못해서 파울만 나오는 것이다. 이승현의 직구 타이밍에 배트는 밀려 파울 타구는 3루쪽과 포수 뒤쪽으로만 향했다. 1루쪽 파울 타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용규놀이’는 이용규 본인도 답답한 결과물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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