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노시환(22)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친 파울 타구에 덕아웃이 깜짝 놀랐지만 타석에 집중하느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10일 대전 KT전. 3회 노시환이 상대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4구째 직구를 맞혔지만 파울이 됐다. 날카로운 파울 타구가 한화의 1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 순간 한화 덕아웃이 소란스러웠다. 총알 같은 파울 타구에 스치듯 맞은 정은원이 덕아웃 뒤로 넘어진 것이다. 위험천만한 상황.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깜짝 놀라며 정은원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어깨를 살짝 스쳐 지나가 큰 부상은 아니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정은원은 “노시환! 앞으로 쳐, 앞으로”라고 소리를 쳤다.

이 타석에서 노시환은 2루 땅볼로 아웃됐다. 이닝이 종료된 후 전상렬 1루 베이스코치에게 보호 장비를 넘기던 노시환을 정은원이 그냥 지나치치 않았다. 수비를 나가면서 노시환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갔다. 노시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은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경기 후 노시환은 “아웃되고 나서 은원이형이 내 머리를 툭 치고 가길래 ‘왜 그러지?’ 했다. 타석에서 집중하고 있느라 덕아웃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다행히 은원이형이 괜찮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은원은 이날 경기 끝까지 뛰며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소란스런 덕아웃 상황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타석에서 노시환의 집중력이 높았다. 어느 때보다 집중한 경기였다. 개막 첫 7경기에서 노시환은 26타수 5안타 타율 1할9푼2리 무홈런 3타점 OPS .531로 부진했다. 팀이 개막하마자마 6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4번타자 노시환의 부담도 갈수록 커졌다.
노시환은 “마이크 터크먼을 제외하고 우리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선수들도 많이 답답해했다. 투수들이 잘해주고 있는데 타자들이 이기는 경기를 못 도망가고, 지는 경기를 못 뒤집어 미안했다. 조금이라도 더 이기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타석에서 간절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노시환의 간절함과 집중력이 빛을 봤다. 1회 첫 타석부터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뜨린 노시환은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포로 시즌 첫 홈런 손맛도 봤다. 정은원의 말대로 앞으로 쳐서 담장 밖으로 넘겼다.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노시환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도 6-4로 승리, 시즌 첫 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노시환은 “6연패를 하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독기 품고 뛰었던 것이 연승으로 이어졌다. 자만하지 않고 좋은 타격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들 모두 한 명도 부상 없이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다들 다치지 않고 몸 관리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