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내야 유망주 정민규(19)는 올봄 한화 최고의 수확이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민규 카브레라’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메이저리그 거포 3루수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와 비슷한 이름 발음과 포지션에 빗대 지어준 별명이었다.
정민규는 시범경기에서 33타수 6안타로 타율은 1할8푼2리에 그쳤지만 홈런 1개, 2루타 2개 포함 10타점을 올리며 장타력과 결정력을 자랑했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개막전부터 선발 1루수로 출격했다.
그러나 정민규는 팀의 첫 7경기 중 3경기만 뛰었다. 4경기를 벤치만 지켰고, 지난 10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선발투수로 예고된 우완 한승주를 1군에 콜업하면서 투수가 아닌 내야수 정민규를 엔트리에서 뺐다.

수베로 감독은 “정민규는 아직 어린 선수이고, 유망주로서 경기 경험을 쌓아나가야 할 시기다. 1군에선 플레잉 타임이 너무 부족했다. 시범경기 막판에 타격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시즌 개막 후 코너 내야에서 출장 기회를 자주 부여하지 못했다. 정민규가 더 많은 경기를 뛰었으면 하는 의도에서 2군에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정민규는 개막 7경기에서 총 7타석을 나서는 데 그쳤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2일 잠실 두산전, 6일 광주 KIA전에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이어 8일 대전 KT전에 1루수로 교체출장했으나 포구 실책으로 역전패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띄엄띄엄 나오다 보니 장점인 타격도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6타수 무안타 2삼진. 몸에 맞는 볼로 한 번 출루했을 뿐 뜬공 타구도 1개밖에 없었다. 제한된 출장 기회 속에서 장점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는 정민규의 주 포지션인 3루에 주전 노시환과 유틸리티 김태연이 번갈아 뛰고 있다. 정민규는 이성곤과 1루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에 있었다. 이성곤은 8경기 21타수 5안타로 타율은 2할3푼8리에 불과하지만 득점권 5타수 2안타로 2타점을 올리며 무난한 활약을 하고 있다. 즉시 전력으로는 정민규보다 쓰임새가 높다.
지명타자 자리도 주전들의 수비 휴식을 위한 자리로 쓰이면서 정민규는 그라운드보다 덕아웃을 지킨 시간이 많았다. 한화 미래의 핵심 전력으로 키워야 할 선수를 벤치에 앉혀두는 것은 육성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군으로 내려간 10일 정민규는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교체 없이 5타석을 소화하면서 1안타를 쳤다.
한편 정민규가 빠지면서 한화는 현재 1군 엔트리에 투수가 15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팀들은 13~14명으로 1군 투수진을 꾸리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우리 불펜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약간의 과부하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투수 15명으로 엔트리를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