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억 외야수가 살아나자 두산 베어스 야구에 활기가 생겼다. 지난해와 달리 시즌 초반 찾아온 슬럼프를 빠르게 극복하는 모습이 반갑다.
두산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개막과 함께 정수빈의 부진이라는 고민을 마주했다. 시범경기 타율 1할5푼4리의 슬럼프가 정규시즌 초반 3경기 9타수 무안타로 침묵으로 이어진 것. 정수빈은 6년 56억원 FA 계약 첫해인 지난해에도 4월 타율 1할6푼을 비롯해 전반기를 타율 2할2리로 마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올해는 그래도 작년 포스트시즌 활약을 발판 삼아 반등이 예상됐지만 전망이 엇나갔다.
두산은 정수빈의 부진으로 개막 4경기만에 강제 플랜B를 가동해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중견수 김인태-우익수 강진성이라는 사실상 플랜C에 가까운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김인태는 7일 잠실 삼성전에서 데뷔 첫 선발 중견수를 맡았고, 1루수 강진성에게 외야는 그렇게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결국 그날 수비 쪽에서 황당한 실수들이 속출하면서 3시간 53분 혈투를 치러야 했다.

정수빈의 기다렸던 첫 안타는 8일 사직 롯데전에서 나왔다. 이후 9일 롯데전에서 1타점 3루타로 첫 타점을 신고하더니 10일 다시 롯데를 만나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1도루 1득점 활약으로 팀의 위닝시리즈를 견인했다. 8회 2루타로 출루해 허경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뒤 9회 극적인 동점 희생플라이를 날렸고, 연장 11회 역전 결승타로 마음고생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주말 3연전 성적은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다.
정수빈의 부활로 공수에서 모두 전력이 한층 견고해진 두산이다. 일단 올해는 리드오프가 아닌 줄곧 9번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직 3연전을 통해 상위타선으로 가는 길을 탄탄대로로 만들었고, 수비는 언제나 늘 그랬듯 안정적이었다. 외야 전체의 안정감이 달랐다.
두산은 스토브리그서 국가대표 외야수 박건우를 잃으며 외야에 큰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주 정수빈까지 부진으로 제외되자 수비의 두산이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한 라인업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정수빈이 이탈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작년에는 부진 당시 김재환-박건우-김인태의 외야진이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지난주 그의 이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했다. 정수빈의 빠른 부진 탈출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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