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첫 역사' 쌍둥이 투수 맞대결, 동반 출근→라인업 교환→세이브&패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3 05: 14

쌍둥이 메이저리거의 특별한 하루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타일러 로저스(32)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상대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숙소를 찾았다. 쌍둥이 형 테일러 로저스(32)를 태우기 위해서였다. 쌍둥이 형제는 같은 차를 타고 경기장에 사이 좋게 출근했다. 
팀이 다른 형제는 각자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하지만 경기 전 라인업 카드를 교환할 때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유니폼은 다르지만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 형제가 라인업 카드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심판들과 함께 기념 사진도 찍었다. 

테일러-타일로 로저스 형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테일러-타일러 로저스는 쌍둥이다. 30초 간격으로 형 테일러가 먼저 태어났다. 형은 평균 95마일(약 153km) 싱커를 뿌리는 좌완 강속구 투수이고, 동생은 평균 83마일(약 133km) 느린 패스트볼을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로 유형은 다르지만 나란히 메이저리그 주축 불펜투수로 성장했다. 형은 2016년, 동생은 2019년 데뷔했다. 쌍둥이 형제 모두 메이저리그거가 된 것은 역대 10번째. 
테일러-타일러 로저스 형제가 경기 전 라인업 카드를 교환한 뒤 심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그동안 서로 리그가 달라 경기장에서 같이 만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형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되면서 쌍둥이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 됐다. 그리고 이날 오라클파크에서 처음 적으로 마주했다. 경기 전까지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2-2 동점으로 맞선 7회 동생 타일러가 먼저 나왔다. 그러나 김하성과 트렌트 그리샴에게 각각 빗맞은 안타와 번트 안타를 내주며 주자가 쌓였다. 1사 1,3루에서 매니 마차도의 투수 땅볼을 처리하는 1점을 내줬다. 이날 경기 결승점. 동생 타일러는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으로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반면 형 테일러는 팀의 승리를 지켰다. 4-2로 앞선 9회 마무리투수로 올라와 세이브를 올렸다.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삼진 2개를 잡고 실점 없이 막았다. 시즌 3번째 세이브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증명했다. 
[사진] 타일러 로저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승패를 떠나 쌍둥이 형제 투수가 적으로 나란히 경기에 등판한 것 자체가 빅리그 역사에 최초였다. 쌍둥이가 한 경기에 같이 뛴 것은 역대 5번째로 둘 다 투수는 두 번째. 앞서 1956년 8월1일 자니-에디 오브라이언 쌍둥이가 나란히 등판했지만 같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경기 후 형 테일러는 “우리 형제가 라인업 카드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과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에게 감사하다. 특별한 순간이었고, 좋은 사진도 남겼다. 난 정말 축복받았다. 믿을 수 없다”며 기뻐했다. 
동생 타일러는 “형을 TV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게 좋다. 보통 우리는 시즌에 들어가면 8개월 동안 보지 못한다. 이제는 1년 내내 형을 볼 수 있게 됐다. 저녁 식사는 형이 살 것이다”며 웃었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경기 포함 올해 19차례 맞대결을 갖는다. /waw@osen.co.kr
[사진] 테일러 로저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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