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명. 지난 12일 NC-키움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관중 숫자다. 전산 오류나 잘못 집계된 게 아니다. 수용 인원 1만6200석 구장에 774명으로 관중 점유율이 4.8%에 불과했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중 입장이 제한됐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키움의 역대 홈경기 최소 관중 기록이다. 지난 2016년 개장한 고척돔의 종전 최소 관중은 2019년 4월10일 KT전으로 당시 1158명.
앞서 2008~2015년 목동구장 시절을 포함해도 히어로즈 역대 최소 관중 기록이다. 목동구장에선 지난 2009년 4월21일 한화전이 918명으로 관중이 가장 적었다. 그로부터 13년 만에 구단 역대 최소 관중 기록이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코로나 영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100% 관중이 입장이 허용됐지만 아직 곳곳에 조심스런 분위기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실내 공간이라는 이유로 고척돔만 전국 야구장에서 유일하게 취식이 금지된 것이 치명타였다. 평일 저녁 시간에 취식을 못하는 야구장에 관중이 몰릴 리가 없다.
그러나 코로나만 탓하기엔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키움은 지난 겨울 간판 스타 박병호(KT)를 잡지 않고 음주운전 3회 강정호와 깜짝 계약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부정적인 구단 행보에 실망한 팬들이 적지 않다. 상대팀 NC도 9구단 후발 주자로 기존 팀들에 비해 원정 관중 동원력이 떨어진다.
이날 키움은 ‘전직 메이저리그 스타’ 야시엘 푸이그의 만루 홈런에 힘입어 10-0 완승을 거뒀다. KBO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이정후도 홈런을 쳤다. 4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 모습을 현장 직관한 관중이 774명뿐이라는 현실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 안타까운 살실은 키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팀당 9경기씩, 총 45경기를 치른 초반이지만 KBO리그의 흥행은 예전 같지 않다. 총 관중 34만6202명, 평균 7693명에 불과하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정상 시즌이었던 2019년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당시 개막 첫 45경기 총 관중 54만1489명, 평균 1만2033명에 비해 36.1%의 관중이 감소했다. 매진도 2019년에는 개막 2연전에 5차례 이뤄졌지만 올해는 개막부터 이후 주말 경기까지 매진이 한 번도 없다.
4월 개막 초반은 한창 관중 몰이를 해야 할 시기다. 겨우내 야구를 기다린 팬들의 현장 직관 욕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데 지금은 팬들의 갈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년간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쌓여 야구를 보는 대중의 호감도가 떨어졌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요즘 시대라 신규팬 유입도 갈수록 어렵다.
이대로라면 라이트 팬들은 사라지고, 코어 팬들만 즐기는 마니아 스포츠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시즌 초반부터 이런데 앞으로 774명보다 적은 관중이 와도 놀랄 일이 아니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가 ‘팬퍼스트’를 기치로 내걸며 변화를 약속했지만 단기간 팬심 회복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소 관중은 지난 1999년 10월7일 현대-쌍방울전이 열린 전주구장의 54명. 이어 2002년 10월19일 한화-롯데전이 열린 사직구장의 69명이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리그 전체 각성이 필요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