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챔피언 KT 위즈에게 작년 10월의 악몽이 엄습하고 있다. 간판타자 강백호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타선의 힘이 급격히 약화된 결과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1군 진입 7년 만에 감격의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그러나 첫 반지로 향하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얇은 뎁스로 인한 타선 침체로 하마터면 6월 말부터 4달 가까이 지켜온 1위 자리를 삼성에게 내줄 뻔했기 때문.
KT에게 10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2위 삼성과의 승차가 5경기였지만 이후 6승 3무 12패의 부진 속 10월 23일 삼성에 1위를 내줬다. 당시 베테랑 유한준, 박경수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했고, 황재균, 장성우 등 다른 해결사들까지 동반 슬럼프를 겪었다. KT의 10월 득점권타율은 한화와 함께 리그 최하위(2할9리), 병살타는 2위(9개)였다.

다행히 KT는 이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마운드를 앞세워 타이브레이커를 거쳐 정규리그 왕좌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득점권 맹타를 선보이며 통합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KT는 악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토브리그서 거포 박병호를 3년 총액 30억원에 전격 영입했다. 2017년 황재균 이후 4년만에 이뤄진 외부 FA 투자였다. 여기에 공격, 수비, 주루에 모두 능한 헨리 라모스를 데려오며 강백호-박병호-라모스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했다. 2번 황재균까지 더해 KT의 상위타선은 쉬어갈 곳이 없었다.
KT에게 강백호 부상이라는 비보가 들려온 건 개막을 앞둔 3월 말.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5리의 간판타자가 계단에서 넘어져 우측 새끼발가락 골절상을 당한 것이다. 정밀 검진 결과 복귀까지 최소 3~4개월이 걸린다는 소식은 이강철 감독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켰다.

강백호의 빈자리는 예상보다 크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 KT 타선이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는 건 아니다. 팀 타율 전체 5위(2할3푼1리)에 홈런수도 공동 5위(4개)로 중위권에 위치한 상황이다.
문제는 득점권 응집력이다. 쉽게 말해 점수를 내야할 때 내지 못하며 주도권을 좀처럼 잡지 못한다. 아무래도 계속 끌려가는 경기를 치르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연패 때는 더욱 그렇다. 이는 자연스럽게 선발투수, 불펜진, 경기 후반부 야수들의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KT의 팀 득점권타율은 전체 9위(1할8푼8리)로 처져 있고, 선발승은 1승이 전부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강백호의 자리에 넣을 마땅한 대체자가 없다. 원래는 클러치 상황에 강한 42억 포수 장성우가 역할을 해줘야하지만 9경기 타율이 8푼3리로 상당히 저조하다. 그 외 오윤석, 김병희 등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 설상가상으로 박병호가 최근 헤드샷 사구를 겪으며 아직까지도 경미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KT는 13일 신인왕 출신 소형준을 앞세워 3연패 탈출을 노린다. 소형준은 데뷔 때부터 이른바 곰 킬러로 불리며 두산에 9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강했던 터. 그러나 문제는 선발투수가 아니다. 타선이 초반부터 득점권 집중력을 발휘해야 마운드의 가치도 빛날 수 있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6일 8이닝 3실점, 12일 6이닝 2실점 호투에도 2연패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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