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들이 가장 힘들다" 외인 감독의 옹호론, S존 시행착오 인내 강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4 08: 32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은 심판이다.”
시즌 전 KBO의 스트라이크존 정상화 선언에 따른 존 확대에 현장 불만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최소한의 유예 기간도 거치지 않고 급작스런 시행되면서 현장에선 혼동을 겪고 있다. 당초 위아래를 넓힐 것이라 공표했지만 좌우까지 넓어지면서 타자들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한화 타자들도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좌우로 드넓어진 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 선발 원태인을 비롯해 상대 투수들의 공이 좋기도 했지만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을 너무 깊게 잡아준 주심의 존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이날 한화는 삼진 11개를 당하며 0-2로 졌다. 

한화 이글스 수베로 감독 0432 2022.04.12 / foto0307@osen.co.kr

하지만 13일 삼성전을 앞두고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심판 탓을 하지 않았다. 전날 볼 판정에 대해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으로 두겠다. 퀄리티 있는 경기를 했고,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다. 볼 판정이 양 팀 모두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일관성이 있었다”면서 개의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수베로 감독은 심판들을 깜쌌다. 그는 “지금 가장 힘들고, 적응해야 할 사람들은 심판들이다. 십수년간 잘 지켜오던 존을 갑자기 넓히게 됐으니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일주일에서 한 달, 나아가 한 시즌이나 걸릴 수 있는 큰 문제”라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도 이해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심판들과 종종 충돌을 빚었다. 퇴장도 두 번 당했다.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다 1회에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1년간 크고 작은 오해들이 있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심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적극 소통을 약속했다. 
KBO 심판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스트라이크존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22.01.14 /rumi@osen.co.kr
시범경기 기간부터 심판들과 스트라이크존 관련 피드백을 활발하게 주고받았다. 당시에도 수베로 감독은 “심판과 선수 모두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각오했다. 팀당 9~1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볼 판정 논란이 더 확대되면 심판들도 사람인 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불만이 거세질수록 심판들이 다시 원래대로 존을 좁게 볼 염려가 있다. 시즌 전 정상화 선언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이왕 바꾸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누구보다 1승이 급한 수베로 감독이지만 심판들에게 아쉬움을 나타내기보다 동업자 정신으로 인내의 시간을 각오하고 있다.
4회초 2사 1,2루에서 SSG 추신수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아쉬워하고 있다. 2022.04.13 /jpnews@osen.co.kr
지난해 한화는 타자들의 히팅존을 최대한 좁혀 좋은 공을 기다리는 타격을 했다. 존 확대가 한화 타선에는 다른 팀들보다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수베로 감독은 “존 문제를 떠나 타자들에게 누가 봐도 볼인 공에 어이없이 방망이가 나가지 않도록 주문하고 있다”며 “심판과 선수들 모두 새로운 존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벌써부터 유불리를 따지며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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