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30’ 예비 FA 포수의 부진, 호랑이 감독이 건넨 뜻밖의 위로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4.14 09: 26

역시 포수 마음은 포수가 잘 알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시즌 초반 공수에서 고군분투 중인 ‘예비 FA’ 박세혁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평소 박세혁에게만큼은 엄격한 사령탑이었기에 위로의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수원 KT전을 3-1 승리로 마무리한 뒤 승장 인터뷰에서 “타격 밸런스는 완벽하지 않지만 투수들을 잘 이끌어준 박세혁을 칭찬하고 싶다”고 뒤에서 묵묵히 승리를 뒷받침한 주전 포수의 공을 치켜세웠다.
이례적인 인터뷰였다. 보통은 경기 후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선발투수, 타자를 언급하고 인터뷰를 마치지만 이날은 승리투수 곽빈, 결승타를 친 강진성을 칭찬한 뒤 추가적으로 박세혁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김태형 감독과 박세혁 / OSEN DB

어떤 의도에서 평소와 다르게 인터뷰를 진행한 것일까. 13일 수원에서 만난 김 감독은 “방망이가 하도 맞지 않아 위로를 한 것”이라며 “나도 포수를 해봤지만 포수는 투수 리드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감독은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수가 아닌 포수를 질책한다. 포수 또한 투수가 잘못해서 생긴 상황일지라도 투수를 탓하지 않는다. 포수는 원래 그런 것이다. 감독도 그 속마음을 다 안다”고 제자를 이해하려 했다.
지난 2019년 양의지(NC)의 그늘에서 벗어나 두산 주전포수로 도약한 박세혁은 지난해 타율 2할1푼9리에 이어 올해도 8경기 타율 1할3푼의 부진을 겪고 있다. 10일 사직 롯데전까지만 해도 타율이 5푼3리까지 떨어졌지만 12일 시즌 첫 멀티히트로 간신히 1할대를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과 박세혁 / OSEN DB
사령탑이 보는 부진 요인은 수비. 투수 리드를 향한 끊임없는 고민이 타격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감독은 “두산은 지금 대부분의 투수들이 모두 어리다. 제구력, 강약 조절 등이 완성된 투수들이 아니다”라며 “그런 선수들을 리드하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세혁이에게 투수들을 잘 이끌어줬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12일 경기는 모처럼 공수에서 모두 사령탑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숱한 위기 속 선발 곽빈의 5이닝 1실점 첫 승을 도왔고, 타석에서도 멀티히트로 향후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곽)빈이와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빈이도 어제(12일) 보니 고개를 몇 번 흔드는 걸 봤는데 던지면서 계속 좋아졌다. 둘의 호흡이 좋았다고 봐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와 더불어 박세혁이 FA로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도 이번 위로에 담았다. 박세혁은 올 시즌을 부상 없이 온전히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한다. 김 감독은 “지금은 마음이 조급한 것 같다. 자꾸 공에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며 “수비는 기록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타격 성적을 신경 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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