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오랜만에 좌완 필승조가 등장했다. 9년차 1차 지명 좌완 김유영(28)이 시즌 초반 롯데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하며 팀 승리를 연일 지켜나가고 있다.
김유영은 지난 1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3-2 승리에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이로써 김유영은 시즌 5번째 홀드를 기록했고 리그 홀드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성적은 7경기 5홀드 평균자책점 2.84(6⅓이닝 2자책점) 5탈삼진 1볼넷, WHIP 0.95.
나성범, 황대인, 최형우, 소크라테스 등 좌타자와 중심 타자가 포진한 라인업을 상대로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7회말 2사 후 나균안의 공을 이어받은 김유영은 나성범을 공 1개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8회말에는 황대인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최형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유영은 롯데의 좌완 기근을 해결해 줄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장원준(현 두산)이 FA로 팀을 떠나게 됐고, 그동안 롯데 좌완 라인을 책임졌던 강영식(750경기 116홀드), 이명우(570경기 68홀드)도 선수생활 황혼기를 향해 가던 시점이었다. 잠재력과 기대치는 이미 1군급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입단 초기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잠시 타자로 전향해 2군 경기에 나서는 등 방황하기도 했다.
2017년 40경기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44(48⅔이닝 24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원포인트릴리프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비로소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 했다. 하지만 2018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좋은 흐름을 잇지 못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전역하고 기대를 모았지만 어깨와 허리 부상으로 주춤하면서 다시 ‘만년 유망주’ 시절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범경기는 예고편이었다. 4경기 5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렸고 개막 엔트리 합류는 당연했다. 팔 각도를 낮추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았고 실패의 과정들이 독이 아닌 약으로 작용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기술적 정신적 변화들의 퍼즐조각이 딱딱 맞춰지면서 현재 퍼포먼스로 나타나고 있다.
김유영의 현재 역할은 좌완 스페셜리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롯이 1이닝, 나아가 멀티 이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필승조로 거듭났다. 비록 좌타자 피안타율이 2할5푼(16타수 4안타)으로 우타자 피안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보다 높은 편이지만 주로 상대의 핵심 좌타자들을 상대한 것을 생각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타자 상대로도 과감한 투구를 펼치며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김원중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준용이 마무리로 이동하는 등 불펜진 보직의 연쇄 이동 속에서도 안정적인 불펜 운영이 가능한 이유도 김유영의 존재 때문이다. 김유영이 7~8회를 든든히 지키면서 롯데의 뒷문도 더욱 탄탄해졌다. 벤치의 교체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더라면 더 좋은 기록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롯데는 좌완 기근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좌완 유망주를 대거 수집했던 적이 있지만 육성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트레이드 시장도 돌아봤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불펜진에서는 우완 투수들의 ‘역스플릿’ 성향을 활용해 좌타자를 상대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이제는 다르다. 9년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으며 롯데와 김유영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