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에 비수 꽂은 꽃사슴, "트레이드 서운하기도 했지만…한화에 죄송"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5 14: 06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떠오른 내야수 오선진(33)은 지난 12일 대구 한화전에서 이적 첫 홈런을 신고했다. 팀의 2-0 승리를 이끈 결승 홈런포. 전 소속팀에 비수를 꽂는 한 방으로 주목받았다. 
이튿날 한화 선수단을 찾아간 오선진은 정우람, 최재훈, 하주석 등 절친한 옛 동료들로부터 “안타만 치지, 왜 홈런을 치냐?”는 원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오선진 스스로도 “넘어갈 줄 몰랐는데 넘어갔다. 나도 놀랐다”면서 겸연쩍어했다. 
오선진은 지난해 6월25일 이성곤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삼성으로 옮겼다. 지난 2008년 한화에 2차 4라운드 전체 26순위로 입단한 그는 첫 해부터 1군에서 뛰었다. 앳된 얼굴과 하얀 피부, 갸날픈 몸으로 ‘꽃사슴’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야구를 예쁘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 오선진 0368 2022.04.12 / foto0307@osen.co.kr

전천후 내야수로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활약했지만 잠재력을 시원하게 터뜨리지 못했다. 14년 몸담은 한화를 떠나며 눈물을 흘렸지만 트레이드는 그의 야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리빌딩 기조로 인해 한화에선 입지가 크게 좁아졌지만 삼성에서 새 기회를 잡았다. 특히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축 내야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개막 엔트리부터 주전 기회까지 왔다. 시즌 10경기 31타수 9안타 타율 2할9푼 1홈런 6타점 4볼넷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오선진은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신인들부터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온 만큼 위기의식을 가졌다. 한화에 있을 때보다 체중도 5kg 정도 뺐다. 체중 조절을 하지만 먹는 것도 잘 먹으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에 강점이 있는 오선진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방망이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원래 땅볼 타구가 많았는데 아웃되더라도 타구를 띄워서 아웃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공 밑을 올려치는 식으로 스윙 궤적에 변화를 준 것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선진 0370 2022.04.12 / foto0307@osen.co.kr
이렇게 확 달라진 모습으로 12~14일 한화와의 3연전 스윕승을 이끌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3연전 8타수 4안타 타율 5할 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오선진은 1년 전 트레이드를 돌아보며 “잘된 것 같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돌아보니 한화에 죄송하더라. 어릴 때부터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적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만큼 대구 생활도 아직은 익숙지 않다. 그는 “바깥에 잘 안 나간다. 대구에 아는 친구도 없고, 집과 야구장만 오간다. 삼성 밥이 너무 잘 나와 집에서 밥을 안 해먹어도 된다”며 웃은 뒤 “지금은 목표랄 게 없다. 주어진 자리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는 것밖에 없다. 내가 주전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길게 보지 않고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선진이 2회말 2사 1루 좌월 투런 홈런을 치고 원태인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4.12
한화 시절 ‘꽃사슴’ 이미지를 벗어던진 오선진. 세월이 흐른 만큼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이 눈에 띈다. 영화 아저씨의 명대사처럼 이제는 오늘만 사는 상남자로 야구 인생의 새 불꽃을 태우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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