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3할?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이대호(40)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한다. 시즌 막판 은퇴 투어도 확정됐다. 우리나이로 41살까지 한국, 일본, 미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더 이상 목표도 없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심했다.
그런데 은퇴한다는 선수의 방망이가 아니다.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3할 타율을 떼놓은 당상이다. 잘하면 타격왕까지 노릴 수도 있다. 더욱이 144경기 풀타임으로 뛰고 싶다고 한다. 24홈런을 때리고 유니폼을 벗은 이승엽처럼 은퇴자의 새 역사를 쓸 태세이다.

이대호는 지난 14일 광주 KIA 전에서 3안타를 때리고 1타점도 수확했다.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첫 3안타 경기였다. 5번의 멀티안타도 터트렸다.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 중이다. 특유의 결대로 때리는 욕심없는 스윙, 슬럼프 없는 타격이었다. 통산 3할7리, 타격장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실제로 풀타임 욕심을 보였다. 이대호는 "풀타임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이 계속 수비 나가면 힘들다. 나도 한 번씩 나가고 후배들도 좀 쉬어가야한다. 욕심은 없고 팀이 잘 되기를 바란다. 1루 수비 준비는 사실 다 돼 있다. (정)훈이가 힘들면 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귀중한 금과옥조를 남겼다. "홈런 걱정은 안한다. 욕심부리면 삼진 당한다. 어린 시절부터 홈런 욕심은 없었다. 굳이 스윙을 크게 해서 홈런 욕심 부리지 않는다. 결국 나올 때 되면 나오니까 욕심은 없다. (주루는) 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뛴다"고 말했다.
조선의 4번타자였지만 지금은 6번에 배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타순은 어린 시절에도 신경은 쓰지 않았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는 것이다. 경기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팀에 도움이 되면 그뿐이다. 감독님, 구단이 원하는 대로 준비하는 것이 선수가 해야할 일이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말했다.
은퇴 이야기는 조심스러워 한다. 개막부터 팀에게 부담을 주기 싫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했는데 아직 은퇴 이야기는 실감이 안난다. 가급적이면 은퇴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동요할 수 있다. 끝날 때쯤 은퇴 질문이 나왔으면 한다. 경기가 많다. 하던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