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7G 4승’ 용두사미로 끝난 박건하 감독의 585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04.15 17: 14

[OSEN=고성환 인턴기자] 최근 리그 27경기에서 4승에 그친 수원 삼성(이하 수원)의 박건하 감독이 이별을 택했다. 이로써 한때 부러울 것이 없었던 박건하 감독과 수원의 동행은 585일 만에 막을 내렸다.
수원은 15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박건하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해왔다. 구단은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영원한 수원의 레전드로 박건하를 기억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박건하 감독은 지난 2020년 9월 수원 지휘봉을 잡았다. 시작은 완벽했다. 박 감독은 당시 강등권에 처져 있던 수원을 구해내며 구세주로 떠올랐고, FC서울마저 꺾으며 팬들에게 1988일 만에 슈퍼매치 승리를 선물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서(이하 ACL)서도 8강까지 오르며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해가 바뀌어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수원은 개막전부터 김건희의 득점에 힘입어 광주를 꺾고 3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정상빈과 김태환, 강현묵 등 ‘매탄소년단’을 앞세워 상승세를 탔다.
특히 강팀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4월 울산을 상대로 3-0 대승을 거두며 1281일 만에 울산 상대 리그 승리를 따냈고, 5월에는 리그에서 1268일 동안 꺾지 못했던 전북 현대마저 무너뜨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서도 FC서울을 상대로 3-0 대승을 거두며 6년 7개월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징크스도 깨뜨렸다. 수원의 전반기 순위는 무려 3위였다.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박 감독은 5월 ‘K리그1 이달의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고승범이 상무로 입대하며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지역 라이벌 수원FC에 패하더니 10경기 동안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다행히 시즌 막판 강원FC과 대구FC를 잡으며 가까스로 파이널 A행에는 성공했지만, 파이널 라운드 성적 역시 아쉬움이 가득했다. 울산전 무승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패하며 1무 5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벌써 9경기를 치렀지만, 승리는 하나밖에 없다. 긴 부진을 끊어내지 못하며 1승 4무 4패로 11위까지 처져 있다. 최근 리그 27경기에서 4승에 불과하다 보니 팬들의 원성 역시 갈수록 높아졌다.
한때 워낙 높이 올라갔던 만큼 추락은 더욱더 충격적이었고, 자연스레 경질론까지 대두됐다. 특히 '더비'인 슈퍼매치서 0-2로 패한 것이 결정타였다. 여론을 돌릴 마지막 기회를 놓친 박 감독은 결국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팀을 떠나야만 했다.
박 감독뿐만 아니라 수원 구단과 수원팬들에게도 너무나 안타까운 작별이다. 몇 년 만에 전북 현대, FC서울, 울산 현대 등 강팀을 꺾은 감독, 매탄소년단 데뷔를 함께한 감독이기에 좋은 추억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추억의 힘으로 버티기에 현실은 너무나도 절박했고, 수원은 또 한 명의 '리얼 블루' 구단 레전드를 떠나보내게 됐다. 박 감독의 후임으로는 작년까지 대구를 이끌던 이병근 감독이 선임될 예정이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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