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 산부인과’로 그 시절 전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미달이. 하지만 이를 연기한 배우 김성은의 인생은 마냥 즐겁진 않았다. 바보 증후군에 걸린 그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또다시 울컥해졌다.
김성은은 15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 내 탓 같다. 저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제 지인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 내 탓 같다”고 뜻밖의 고민을 토로했다.
연애사는 더 충격적이었다. 그는 “썸 타다 연애를 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거나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 6개월 만난 남자친구는 나를 너무 아껴줘서 트루 러브라고 생각했는데 이성애자가 아니라더라. 동성애자였다. 충격이 너무 심했다”며 자신이 원흉이라고 자책했다.

이에 오은영은 “의미 있는 관계에선 내가 이 상황을 핸들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걸 못하면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데 김성은은 심하다”며 바보 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김성은은 과거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역을 맡아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9살 때에 집을 살 정도로 돈도 많이 벌었다. ‘천재 아역’ 소리까지 들으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알고 보니 당시 살인적인 스케줄을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김성은은 “5회 방송분을 3일 동안 촬영했다. 대본은 촬영 전날 나온다. 대본 외울 시간은 몇 시간 없다. 아역 배우 촬영 순서는 늘 맨 마지막이었다. 잠도 안 깨고 해롱해롱한 상태니까 대사가 꼬이면 엄청 혼났다. 선생님 배우들은 화내고 짜증내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늘 피곤했다. 백화점에 갔는데 아줌마가 속눈썹이 길다며 당겼다. 아프다고 했더니 ‘팬서비스 해야지 불편해 하면 어떡하니’ 하더라. 나는 내가 불편한 걸 표현하면 안 되는구나 싶었다. 미달이랑 저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아버지의 죽음도 충격적이었다. 김성은은 “아버지의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했는데 그 시간쯤 마지막 전화를 저한테 하셨던 것 같다. 제가 못 받았으니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이 생겼다.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더라.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정말정말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사, 연애사, 성장통 등 어느 것 하나 평탄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김성은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쥐어 짜냈다. 미달이와 인간 김성은을 분리하라는 조언에 “나는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여기서 작별 인사를 하도록 할게”라며 미달이에게 눈물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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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쪽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