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11구 승부→데뷔 첫 3안타…잡념 지운 슈퍼 루키, 대반전 시작되나 [오!쎈 창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16 21: 52

이날 만큼은 허무하고 맥없이 물러났던 미숙한 신인 선수가 아니었다. 기대했던 슈퍼루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KIA 타이거즈 ‘슈퍼 루키’ 김도영(19)이 빅이닝에 방점을 찍는 데뷔 첫 장타와 타점을 수확했다.
김도영은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9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4-0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이종범의 재림’으로 불리며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김도영이다. 실제로 시범경기 타율 4할3푼2리(44타수 19안타) 2홈런 5타점 7득점 3도루 OPS 1.068로 시범경기 기간 선배들 앞에서 확실하게 슈퍼루키의 면모를 선보였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1회초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04.16 / foto0307@osen.co.kr

그러나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달랐다. 정규시즌 야심차게 개막전 리드오프로 낙점을 받았지만 첫 5경기에서 볼넷과 사구 1개씩만 얻어냈을 뿐 안타를 전혀 때려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하는 등 멀티 히트를 때려냈다. 하지만 다시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도영에게 프로의 무대는 여전히 높아보이는 듯 했다. 김종국 감독은 타순만 조정할 뿐 김도영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하고 반등의 계기가 필요했는데 그 계기를 이날 만들었다.
KIA 타선은 1회부터 활발하게 터졌다. 김도영이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5점을 뽑아냈다. 2사 2루 상황에서 마음 편히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타석의 김도영은 끈질기고 패기있게 NC 선발 신민혁과 맞섰다.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를 맞이했지만 파울로 걷어낸 뒤 차분하게 볼 2개를 골라냈다. 그리고 신민혁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연달아 4개나 걷어냈다. 4연속 파울로 11구 승부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11구 째 신민혁의 138km 패스트볼을 강하게 때려내 좌익수 옆으로 향하는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데뷔 첫 장타와 타점이 동시에 기록되는 순간. 1회 빅이닝에 방점을 찍는 팀의 6번째 득점을 직접 책임졌다.
추가점이 필요한 순간에도 김도영이 직접 나섰다. 4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신민혁의 141km 패스트볼을 강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다시 뽑아냈다. 이후 최형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면서 김도영은 득점까지 올렸다.
이미 승부가 기운 7회에는 1루 강습 내야안타까지 때려내며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만든 김도영이었다.
수비에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6회 무사 만루에서 박건우의 땅볼 타구를 홈으로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이끌어냈고 결국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리고 7회 선두타자 마티니의 까다로운 파울타구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펜스 앞에서 잡아내며 완승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리고 9회 1사 후 김응민의 선상 타구를 자연스럽게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며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주눅들고 의기소침해질 수 있었던 시간. 김도영은 집념의 승부를 펼치며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렸다. 과연 김도영은 이날을 계기로 반전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까.
경기 후 김도영은 "부진이 길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오늘 경기는 타율 이런 거 신경 안쓰고 팀만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기분이 좋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1회 집념의 11구 승부 상황에 대해서는 "어제 경기에서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까 무조건 자신있게만 치자고 생각만 했다. 공을 풀카운트까지 본 상태여서 살아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시범경기 맹타를 펼쳤지만 정규시즌에는 부진이 길어졌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며 늪에 빠졌다. 그는 "시범경기 무안타 경기가 거의 없었다. 초반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 안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렵게 승부도 들어오고 투수들도 어렵다 보니까 너무 생각이 깊게 빠져서 혼자만의 잡념에 빠졌던 것 같다"라며 "똑같이 쳤는데도 폼이 다른가 생각하게 되면서 폼도 수정하곤 했다. 그러나 이범호 코치님도 '네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투수들이 못 칠 공을 던진 것이라고 다독여주셨다. 그러면서 정신을 차렸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 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잘 치셔서 분위기도 좋아졌다.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나 뿐만 아니라 모두의 방망이가 터져서 앞으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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