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개친 홈런공…“똑바로 던져” 그런 소리 같다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4.17 12: 16

홈런 맞은 공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3회 초 1사 1루다. 4번 숀 머피 차례다. 느낌이 안 좋다. 2회 첫 타석에 당했다. 먼 쪽 체인지업(78마일)이 2루타를 맞았다. 여기부터 3연타가 이어졌다. 한꺼번에 3점을 잃었다.
역시 불편하다. 초구, 2구가 모두 빗나갔다. 커브(72마일)는 빠지고, 커터(85마일)는 너무 꺾였다. 카운트가 2-0으로 타자편이다. 더 이상 피해 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는 3구째다. 힘 없는 포심(88마일)이 가운데로 몰린다.
벼락 같은 스윙이 출발했다. 완벽한 지점에서 걸렸다. ‘빡’. 공 깨지는 소리다. 투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타구는 까마득하다. 로저스 센터를 반으로 가른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었다. 관중석 2층까지 올라갔다.
머피가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돈다. 3-1이던 스코어는 5-1로 벌어졌다. 희망이 멀어지는 점수 차이다. 그 때였다. 공 하나가 날아온다. 홈런 맞은 그 볼이다. 2층 관중석 도착지점에서 출발했다. 아마도 홈 팬일 게다. 빈정상한 마음이 보인다. ‘이 따위 기념품 필요 없어.’ 그런 분위기다. 외야를 넘어 데굴데굴 구른다. 하필 방향이 마운드 쪽이다. “똑바로 던져.” 그렇게 꾸짖는 것 같다.
최저 연봉팀 상대로 또 털렸다
또 털렸다. 개막 후 2번 모두다. 초반을 못 넘긴다. 4이닝 5실점. 피안타가 6개다. 그 중에 4개가 장타다(2루타 3개, 홈런 1개). 아웃 된 몇 개도 총알이다. 정면 타구라 야수들이 잡아줬다. 탈삼진은 달랑 1개뿐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패전은 면했다. 첫 등판과 비슷하다. 타자들이 힘내서 쫓아갔다. 동점을 만들어줬다. 신기한 게 있다. 평균자책점(ERA)이다. 오히려 내려갔다. 16.20→13.50이 됐다.
사실 그렇다. 민망한 일이다. 상대가 상대라서다.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된 팀이다. 오클랜드 에이스 말이다. 머니볼의 본거지답다. 그나마 연봉 좀 받는 선수들은 모두 정리됐다. FA는 놔주고,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연봉 총액은 불과 3300만 달러(약 400억원)다. 맥스 슈어저(메츠·4330만 달러), 코리 시거(레인저스·3750만 달러), 앤서니 렌던(LAA·3750만 달러), 게릿 콜(양키스·3600만 달러), 카를로스 코레아(트윈스·3510만 달러). 이런 선수들 1년치 보다 적다.
게다가 하루 미룬 등판 아닌가. 껄끄러운 양키스를 피했다. 휴식도 충분했다. 그런 뒤의 경기다. 이건 뭐. 변명의 여지도 없다. 냉정한 비판이, 따가운 시선이, 당연하고, 마땅하다.
피홈런 이후 5연속 범타 처리
머피의 홈런 직후다. 그러니까 5-1이 된 다음이다. 홈 팀 벤치가 바빠진다. 투수 코치는 인터폰을 찾는다. 불펜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이미 2회에도 마운드 방문이 있었다. 4연타석 안타를 맞고 3점을 잃었을 때다.
사실 이 때 (3회 피홈런 직후) 교체해도 할 말은 없다. 투구수 40개 미만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무기력했다. 탄착군은 어지러웠다. 보더 라인의 현란함은 사라졌다. 몸쪽 예리함도 무뎌졌다. 체인지업은 거푸 배트에 걸린다. 걸핏하면 빨랫줄이 널린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찰리 몬토요가 움직이지 않는다. 불펜 상황은 보고로만 끝났다. 마운드 미팅도 소집되지 않았다. 그냥 맡기기로 했다. 이 때부터다. 조금씩 달라진다. 공 2개로 아웃 2개를 잡았다. 5번 셸던 노이즈와 6번 케빈 스미스가 모두 초구를 건드린다. 2루수 강습 땅볼,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그렇게 3회가 마무리됐다.
교체 후에도 덕아웃 지키며 열공
여기까지는 ‘그러려니’다. 그래도 한 때 에이스 아닌가. 이닝 도중에 교체는 좀 그렇다. ‘3회나 마치게 해주자.’ 그런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웬걸. 3회 말에도 덕아웃을 지킨다. 심지어 점퍼까지 입고 있다. 왼팔만 낀 준비 자세다.
아니나 다를까. 4회도 등판이다. 아웃 3개를 손쉽게 잡았다. 1루 땅볼(베탄코트), 우익수 플라이(파체), 유격수 땅볼(잭슨). 공 9개로 끝냈다.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크리스티앙 파체와의 승부다. 2구, 3구가 연달아 체인지업이다. 모두가 아는 메인 메뉴다. 하지만 이날은 영 말을 안 들었다. 뭔가 무딘 느낌이다. 그런데 이 타석에선 달랐다. 헛스윙, 평범한 플라이볼을 이끌었다. 조금은 회복된 모습이다.
그리고 5회가 됐다. 결국 홈 팀의 투수가 바뀐다. 트렌트 손튼이 마운드에 올랐다. 다행이다. 그나마 나아지는 흐름에서 교체됐다.
이런 경우 다음 행동은 예상 가능하다. 일단 덕아웃 철수다(이닝 중간 교체라면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런다. 아무래도 여러 눈길이 좀 거북하다. 베테랑도 마찬가지리라. 좀 더 편한 클럽하우스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아니다. 중계 화면에 잡힌 장면이 눈길을 끈다. 손튼이 공 1개를 던진 이후다. 덕아웃 그의 모습이다. TV 카메라의 클로즈업을 견딘다. 왼팔에 점퍼를 낀 준비 자세 그대로다. 손에는 태블릿 PC가 들렸다. 자신의 이날 경기를 반성하는 모습이다. 아마, 언짢은 장면들이리라. 그걸 보며 뭔가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그의 다음 등판을 기다려 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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