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즌 초반 흐름과 분위기는 성공적이다.
SSG 랜더스의 38세 베테랑 투수 영입은 최상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3경기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김원형 감독은 “너무 잘 던져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 모든 얘기의 주인공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 설움을 겪은 우완 노경은(38)이다.

SSG는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와 결별하고 새 팀을 찾고 있던 노경은을 영입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올 때까지 선발진을 돌리려면 뎁스 강화가 필요했다. 당시에는 김광현의 복귀, 영입 분위기가 없었다.
지난해 선발진 붕괴로 노경은에게 거는 기대치가 있었다. 외국인 투수 두 명과 함께 오원석 등 선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을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노경은은 지난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개막 2연전 중 둘째 날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SSG 유니폼을 입고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10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인천 팬들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5이닝 1실점 쾌투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3번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16이닝을 던져 2실점, 평균자책점이 1.13에 불과하다. 17일까지 다승 부문에서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반즈와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공동 4위다.
김 감독은 “(노) 경은이는 제구가 워낙 좋은 투수다”라며 “거기에 구종에서 다양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나이도 적지 않은데 구속이 140km 중반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제주 캠프 때부터 시속 145km가 넘어가는 속구를 던지면서 동료들과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당시에 바로 시즌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몸 상태를 만들어둔 것이다. 결과는 시즌 끝까지 가봐야겠지만 노경은이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준비하는 자세는 후배들에게 충분히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앞으로 머리 아프게 고민할 일만 남았다. 노경은이 이대로 간다면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온 뒤에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김 감독은 17일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박종훈과 문승원도 경기에 나가아햘 것이다. 이 때 경은이가 착해서 자리를 내주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잠깐일 것이다. 큰 문제가 없으면 계속 로테이션을 돌 것이다. 앞으로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노경은이 선발투수로 가장 빛을 본 시기는 두산 베어스 시절로 2012년과 2013년이다. 2012시즌에는 구원으로 나서면서 2승을 올렸고 선발진에 합류해 추가 10승을 올렸다.
당시 활약으로 2013시즌에는 바로 선발로 시작했고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며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다. 노경은의 시계는 거꾸로 흘러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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