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연출, 박상현 주연의 역전 드라마였다. 여기에 박상현의 가족이 조연으로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박상현(39, 동아제약)은 17일 강원도 춘천의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1/7,148야드)에서 막을 내린 KPGA 투어 시즌 개막전,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단순한 역전 드라마가 아니었다. 스스로 주연배우가 되어 가장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박상현은 17일의 최종라운드를 공동 8위(-6)에서 시작했다. 선두권은 11언더파의 이상엽, 10언더파의 이형준이 지키고 있었다.

막상 최종라운드가 시작되자 이상엽이 전반홀 중반부터 컨디션 난조로 크게 무너져 내렸다. 이상엽은 이날만 9오버파를 쳐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형준도 썩 좋은 편은 못됐다. 버디 2개를 잡기는 했지만 보기를 3개 범하며 최종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추격자들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추격자들의 시간이 왔다. 승부사로 이름난 박상현이 기회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박상현은 이날 경기장에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왔다. 스스로 이런 말을 했다. “정신 차리고 경기 하라고 식구들을 데리고 왔다.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린 것 같다”고.

박상현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를 스코어카드에 적어냈다. 스코어카드만 보면 뭐가 그렇게 극적이었나 싶다. 그러나 실제 경기 장면은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짜릿함의 연속이었다.
6번홀의 두 번째 버디로 타수를 막 줄여 나가기 시작한 파4 8번홀. 그린을 향해 쏜 두 번째 샷이 너무 컸나 했는데, 그린에 떨어진 공에 백스핀이 걸렸고 그린 경사면까지 타면서 스멀스멀 거꾸로 흐르다 홀컵에 뚝 떨어졌다.
9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18번홀에서는 7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했고, 이 공이 그대로 컵에 빨려 들어갔다. 박상현은 크게 포효했고, 갤러리 영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을 힘껏 안았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65-65-72-67)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박상현은 이날 우승으로 KPGA 투어 개인 통산 승수를 11승으로 늘렸다. 현역 선수 중에는 강경남과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

조성민과 이준석, 그리고 이형준이 9언더파 공동 2위군에 들었다.
한편 이날 대회는 약 2년 6개월만에 유관중 대회로 열렸다.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 마지막으로 갤러리가 입장한 것은 2019년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였다.
갤러리의 함성 속에 개막전 우승자가 된 박상현은 “선수들은 갤러리와 와야 힘이 난다. 다시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