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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짝꿍’ 손흥민-케인의 운명, UCL 티켓 획득에 달려[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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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제공·배급한 미국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은 우리나라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해 11월 24일 한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직배 영화를 대규모 단일 상영관서 상영하는 계기가 됐다. 단일 상영관 체제였던 당시에, 전국 개봉관에서만 350만 관객이 관람한 바에서 알 수 있듯 유명세를 치른 ‘아바타’를 능가하는 큰 인기를 끌었다.

갑작스럽게 살해당한 남자 주인공(패트릭 스웨이지 분)이 연인(데미 무어 분)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영혼’으로 남아 곁을 맴돌며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려는 애절한 극적 전개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마침내 영혼의 존재를 깨달은 연인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복수에도 성공해 원한을 푼 뒤 천상으로 떠나는 해피엔드(Happy End)의 결말은 눈시울을 적시던 관객들이 미소를 짓도록 했다.

영혼은 죽은 사람의 넋이다.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다. 당연히 산 사람으로선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래서 과학적 사고방식으로선 허황된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실체 없는 영혼의 존재를 깨닫고 드디어 서로를 향한 진실한 마음을 확인하는 지순한 사랑은 공감대를 끌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영화였다.

영혼은 스포츠에서도 종종 쓰인다. 주로 ‘영혼의 단짝’이나 ‘영혼의 짝꿍’ 등 하나 된 호흡을 이뤄 환상적 플레이를 펼치는 듀오를 일컬을 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만큼 절묘한 콤비 플레이를 연출하는 듀오를 가리키는 최상의 비유라 할 만하다.

토트넘, 손-케인 듀오 지키려면 갈팡질팡 걸음새를 피해야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0)-해리 케인(29) 듀오가 바로 ‘영혼의 짝꿍’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으뜸의 콤비 플레이를 빚어내는 둘을 가리킬 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싶다. 지금 이 시대는 물론, EPL 역사상 손-케인 단짝을 능가하는 콤비 플레이를 펼친 듀오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장된 평가가 아니다. 객관적 기록이 입증하는 사실(史實)이다. 둘이 한 호흡으로 빚어내는 작품인 역대 최다 합작 골은 위대하다. 2022년 2월 26일(이하 현지 일자) 리즈 유나이티드전(4-0 승)에서, 세계 으뜸을 자랑하는 EPL 역사에 새로운 지평(37골)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영역을 차츰차츰 넓혀 가고 있다.

39! 18일 현재, 손-케인 듀오가 합심해서 빚은 골 수다. 2015-2016시즌부터 호흡을 맞춰 온 둘은 좀처럼 깨지지 않을 듯했던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퍼드(첼시·당시)가 세운 기록(36)을 저 깊숙이 밀어 넣으며 더 높은 곳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손-케인 듀오가 ‘영혼의 단짝’으로서 더 많은 합작품을 양산하려면 한 가지 절대 조건이 밑받침돼야 한다. 곧, 한 둥지에서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 이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자탑을 더 높이 쌓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맥락에서, ‘영혼의 짝꿍’의 앞날에 다소 어두운 그늘이 드리울지 모른다. 영국 일부 매체에서 케인이 다른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매체들은 “케인이 자신이 열망하는 무대에서 뛰기 위해 토트넘의 2021-2022시즌 성적에 따라 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케인이 갈망하는 무대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다. 케인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이 열렸을 때도 같은 원인으로 이적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바 있다. 이 때문에 팀 합류가 늦어진 데다 훈련량이 부족해 이번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었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자칫 5위 이하로 밀려 UCL 직행 티켓을 따내지 못할 경우, 케인의 이적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 보도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들 매체가 “토트넘이 케인을 묶어 둔 바이아웃(Buyout)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고 그를 영입하려는 몇몇 구단이 존재한다”라고 보도한 데에서도, 이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케인을 노리는 구단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구단이 케인에게 잔뜩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분명하다. 케인이 자국 골잡이 중 최고의 ‘매’이기 때문이다. EPL 마당을 누비는 자국 선수 가운데, 득점 레이스 선두가 바로 케인(6위·12골)이다. 그야말로 영국인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인물이어서, 그만치 케인을 향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다. 영국을 대표하는 케인이 에이스로 뛰는 팀이 UCL 정상에 서는 모습을 꿈꾸는 영국인들의 마음을 잘 아는 데서 비롯한 몇몇 구단의 ‘구애’다.

더구나 케인은 어시스트 능력도 일품이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다가 어시스트왕까지 등극한 케인은 이번 시즌에도 5위(8개)라는 빼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1위(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리버풀)와 네 개 차다.

따라서 토트넘이 케인을 잡을 관건은 이번 시즌을 어떻게 매조지느냐에 달려 있다. 즉, 4위권 안으로 들어가 UCL 티켓을 차지함으로써 케인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6경기를 남기고 4위를 달리는 토트넘이 앞으로 보일 행보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곧장 달려가도 시원찮을 마당에, 갈팡질팡 걸음걸이는 곤란하다.

‘영혼의 짝꿍’인 손흥민-케인 듀오를 2022-2023시즌에도, 아니 둘이 선수 생활을 접는 그 날까지 보고 싶다. 한국인만의 열망은 아니리라. EPL을 사랑하는 팬 모두가 둘이 쌓아 가는 대기록이 한결 눈부시길 바라리라 믿는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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